“중국산 테슬라 모델Y(상반기 1만5432대)에 품질 문제가 있었다면 올 상반기에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6869대)보다 더 많이 팔렸겠습니까.”지난 28일 테슬라 서울 강남스토어에서 만난 판매원은 “모델Y는 지금 주문해도 오는 11월에나 받을 수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한국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는 모델Y뿐만이 아니다. 올 상반기 수입 전기차 톱10 중 6개가 중국산이었다. 전체 전기차 수입량에서 중국산 비중은 65.4%로 독일(29.3%)과 미국(3.6%)을 압도했다.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전체 전기차 판매량으로 범위를 넓혀도 중국산 점유율이 24.2%에 달했다. 글로벌 메이커가 중국에서 제작한 차량뿐 아니라 비야디(BYD), 지커 등 중국 토종 브랜드도 속속 한국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가 그랬다. 2019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중국산과 미국산 제품을 섞어 수입한 테슬라는 올 들어 신모델을 100% 중국산으로 수입처를 일원화했다. 지난 4월 출시한 신형 모델Y를 전량 중국산으로 돌리면서 판매 가격을 구형 모델 대비 700만원가량 낮췄다. 테슬라코리아가 5월 한국 진출 8년 만에 수입차 1위에 오른 배경이다. 볼보는 올해 초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30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벨기에 겐트 공장이 아니라 중국 허베이성 공장 제품을 들여왔다. 토종 중국 브랜드도 가세했다. BYD는 4월 소형 SUV 아토3를 시작으로 중형 세단 실, 중형 전기 SUV 시라이언7 등 여러 모델을 순차적으로 국내에 내놓기로 했다. 첫 모델인 아토3는 두 달 동안 1331대 팔려 상반기 수입 전기차 판매 순위 4위에 올랐다. 아토3 가격은 3150만원(기본형)으로 중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최저가다.
업계에선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늘어나면 국내 전기차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산 테슬라 모델Y 가격(주니퍼 기준 5299만원)이 비슷한 크기의 국내산 아이오닉5(4740만원)와 큰 차이가 안 나는 만큼 ‘중국산 쏠림’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소재 업체에도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더 늦기 전에 국산 전기차를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더 주거나 일본처럼 자국 생산 전기차에 세금을 깎아주는 식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동차 업체 고위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진입장벽은 미국, 유럽보다 크게 낮은 편”이라며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보호·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