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년 동안 마포, 신촌 등 서울 서부지역과 도심을 연결해온 서소문고가차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시설 노후화로 콘크리트 일부가 떨어지는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시가 기존 도로를 허물기로 결정했다. 철거가 마무리되는 대로 보다 튼튼하고 세련된 고가차도를 지을 계획이다. 핵심 교통망이 철거에 들어가는 만큼 당분간 서소문로 일대 교통 혼잡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는 다음달 17일 0시부터 서소문고가차도 철거를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지하철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잇는 서소문고가차도는 1966년 길이 335m, 폭 14.9m, 왕복 4차로로 지어졌다. 하루 평균 교통량이 4만 대에 달하는 도심 진출입의 주요 관문이다. 하지만 2019년부터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그해 교각과 슬래브에서 콘크리트 탈락과 철근 부식이 발생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D등급(안전성 미달) 판정을 받았다.오랜 세월을 거치며 교량 상판을 받치는 보(梁) 내외부 강선이 파손됐고, 콘크리트 강도도 낮아졌다. 2021년과 작년에 바닥판 탈락과 보강선 파손 문제가 반복됐다. 서울시는 그동안 안전성 보강 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콘크리트 추락 방지망을 설치하고, 교각을 지속적으로 보수했다. 기존엔 30t 차량도 다닐 수 있었지만, 이 기준을 10t으로 낮췄다. 고가차도 수명이 다해 단순 보수공사만으론 안전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최종 철거를 결정했다.
다음달 17~22일 교량 하부시설물 철거가 이뤄진다. 이 기간 서소문고가차도 4차로 중 3차로만 이용할 수 있다. 다음달 24일부터 오는 9월 20일까진 통행 가능 범위가 2차로로 좁아진다. 난간과 연석 등 교량 상부시설물 철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9월 21일부턴 서소문고가차도가 전면 통제된다. 상판 등 본구조물 해체가 시작되는 시기다. 고가차도 아래 하루 600편의 열차가 다니는 경의중앙선 철길이 있어 철거 난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철길 상부 구조물 철거는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 오전 1~5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버스가 서소문고가차도 통행량의 약 9%를 차지한다. 서소문로를 통과하는 광역버스 20개 노선은 다음달 17일부터 우회 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 시내버스 23개 노선 중 일부도 우회 도로 이용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내년 5월 철거가 완료되는 즉시 새로운 고가차도 건설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신설 도로도 4차로로 계획됐다. 목표 완공 시점은 2028년 2월이다. 철거와 재시공엔 총사업비 499억원이 든다.
서울시는 새 고가차도의 교각을 지금보다 얇게 만드는 등 디자인에 신경 쓸 계획이다. 하부 공간에 녹지를 조성하고 벤치를 놓는 등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향후 중구 중림동과 순화동의 연결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에서는 설비 노후화와 사용 부족 등으로 총 20개의 고가도로가 철거됐다. 같은 자리에 재시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현장점검에서 “관계기관과 면밀히 협조해 공사 중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