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벌이는 관세 협상의 핵심으로 떠오른 조선업계는 그동안 해외 투자를 할 때마다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왔다. 2007년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필리핀 수비크에 조선소를 건설한 HJ중공업(당시 한진중공업)이 그랬다. 2000년대 중국 진출을 선언한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마다 노조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사측은 당근을 줄 수밖에 없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개정안에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노조법 3조)하고, 하청기업 노동자의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원청이 교섭 당사자가 되는 내용(노조법 2조) 등이 담겼다. 경영계는 노조법 2조와 3조 동시 개정이 상당한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인건비를 낮추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진출이 활발한 조선사들이 해외 투자 결정을 할 때마다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조선소에 투자를 늘리려면 거제 옥포사업장에 있는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다”며 “노조가 이를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옵티칼 사태’처럼 생산시설 이전 등 경영상 판단을 두고 노사 갈등이 이어질 수도 있다. 일본 닛토덴코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필름 생산 업체 한국옵티칼은 2022년 화재로 청산을 결정했지만 노조 반발로 수년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재계에선 관세 협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힌 다음에 입법에 나서도 늦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이 윤석열 정부 때 폐기한 원안보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와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는 등 더 세진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미 관세 협상에 올인해야 하는데 정부·여당은 혼란만 키우고 있다”며 “9월 정기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이날 노란봉투법에 심각한 유감과 우려를 나타내고 재고를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엄중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는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관세 협상의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승자박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했다.
김우섭/안시욱/곽용희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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