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김건 국민의힘 의원이 외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납치·감금 피해자는 212명으로, 2022년(11명)에 비해 1827%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피해 규모가 지난해(221명)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고가 급증하는 이유는 범죄조직이 한국인들을 가두고 강제로 사기 범행에 동원하고 있어서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를 내고 “캄보디아 내 대규모 사기 작업장들이 높은 철조망과 무장 경비원 등으로 피해자를 감금하고, 이들이 사기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구타하거나 고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캄보디아 차이톰의 한 범죄단지에서 탈출하려다가 붙잡힌 서모씨(29) 사례는 현지 범죄조직의 잔인함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는 입에 테이프가 붙여지고 수갑이 채워진 채 철제 침대에 묶여 26일 동안 전기 충격 고문을 당했다. 중국인 사장은 “한국 대통령이 와도 널 못 꺼내준다”며 “여기에서 조용히 일하지 않으면 마약을 먹이고 죽여서 앞에 있는 강에 던져주겠다”고 협박했다. 서씨는 “그때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 1월 캄보디아 포이펫의 한 범죄단지에서 탈출한 정모씨(27)도 일상적으로 벌어진 폭행을 증언했다. 정씨는 “업무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방에 살던 형이 온몸이 새빨개질 때까지 맞았다”며 “맞지 않기 위해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같은 범죄를 자행하는 이들 대부분은 중국계 갱단인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가디언은 중화권 범죄조직인 삼합회와 연관된 인신매매단이 동양인들을 SNS로 유인해 범죄조직에 매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사이버 사기로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인 ‘중국 마피아 그룹’이 캄보디아에서 활개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관계자는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대규모 사기범죄 조직의 수장은 대부분 중국계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현지 조직범죄의 만연은 캄보디아 정부의 구조적 방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조직이 현지 당국에 막대한 뇌물을 제공하며 사실상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이들이 주도하는 캄보디아 내 사기 산업 규모가 현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하는 연간 17조원인 것으로 추산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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