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희곡의 고전 '아르카디아'가 한국에서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아르카디아'는 지난 27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한국 초연으로 개막했다. 과거와 현재, 이성과 낭만, 과학과 문학이 교차하는 무대 위 방정식이 두 세기를 넘나들며 정교하게 전개된다는 평과 함께 관객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두 시대의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과 지식을 탐색하고, 관객은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과학과 감성, 철학과 인간성,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수식처럼 맞물리는 서사를 경험하게 된다. 지성과 열정, 시간과 진실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서, 작품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연출을 맡은 김연민은 무대와 언어를 통해 작품의 복합적 구조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과는 번역의 우수성이다. 톰 스토파드 특유의 지적 유희와 복잡한 문장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기며, 리듬감 있는 대사를 통해 배우들이 인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아르카디아'의 무대는 영국 시골 대저택 '시들리 파크'다. 귀족 가문의 영애지만 발랄하고, 수학과 과학에 천재적인 감각을 가진 토마시나와 그에게 철학과 문학의 의미를 전하는 가정교사 셉티머스가 살아가는 19세기와, 시들리 파크 내 '은둔자의 암자'에 거주하던 은둔자를 쫓는 현대의 고고학자들의 200년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
200년의 시간을 잇는 길고 단단한 무대 구조를 중심으로,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이 작품의 주제는 시각적으로 전달된다. 과거와 현대를 공존하는 거북이와 손글씨 메모, 편지와 노트, 스케치 등 소품은 그 자체로 상징이자 은유이며 각각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잇는 장치가 된다. 이것들을 중심으로 각 인물의 이야기는 층층이 쌓여 하나의 방정식처럼 공간을 구성한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호평이 이어진다. 엉뚱하면서도 허영과 허세로 가득 찬 백작 부인 레이디 크룸 역에는 배우 강애심이 분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즌2, 3에서 보여준 모습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 '더킹', '공작', '남산의 부장들', '비상선언' 등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라는 평을 받는 김소진이 한나 역을 맡아 현대의 이야기를 이끈다. 여기에 토마시나 역의 김세원, 셉티머스 역의 김민하 등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한편 '아르카디아'는 오는 8월 3일까지 상연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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