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회원사들과 거래시장 연장 논의에 착수했다. 정규장 개장 시간을 오전 8시로 1시간 앞당기고 오후엔 애프터마켓(오후 3시40분~8시)을 신설하는 등 이른 시일 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증권사들과 함께 검토하고 있다.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거래소의 파이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거래소들의 '24시간 거래 체제' 개편 움직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29일부터 이날까지 회원사인 증권사를 대상으로 단기간에 12시간 주식 거래 체제를 구축할 방안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산 시스템에서 대응 가능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고, 증권사마다 개발 부담과 소요 기간 등을 고려해 순위를 매긴 답변서를 이날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여기에는 정규장 개장 시간을 현재 오전 9시에서 8시로 1시간 앞당기고 오후에는 시간외 시장인 애프터마켓을 신설하는 방안이 담겼다. 정규장의 시가를 결정하기 위해 호가를 접수받는 '시가 단일가'와 달리 '종가 단일가'를 활용한 증권사들의 업무가 많아 단기간에 정규장을 늦은 오후까지 확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규장 개장 시간을 앞당기는 건 기존 전산 시스템에서 시간만 변경하면 가능해 개발 부담이 낮다는 평가다. 수능일에 개장 시간을 1시간 늦추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다만 개장 시간이 앞당겨지면 증권사의 인력 운영 등 노무 측면의 문제가 동반된다.
이와 함께 넥스트레이드처럼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과 애프터마켓을 신설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규장 개장 시간을 앞당기는 것보다 노무 측면의 부담은 낮지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개발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서둘러 주식 거래 시간을 늘리려는 배경엔 빠르게 몸집을 불린 넥스트레이드가 자리하고 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넥스트레이드의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8조6853억원으로 한국거래소의 약 45% 수준에 달한다. 전체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이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기대로 국내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넥스트레이드의 프리·애프터마켓에서 거래가 급증한 영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확대하면 넥스트레이드에 빼앗긴 점유율을 일부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거래소는 여러 방안 중 정규장 시장을 앞당기는 걸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가 24시간 거래 체제로 재편되고 있어 국내 자금이 나라 밖으로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점도 거래소를 서둘러 움직이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TSE)와 나스닥을 비롯해 영국·스위스·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주식시장의 거래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추진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국가들이 주식시장의 거래 시간을 늘리면서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며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지만 미국이 거래 시간을 늘리면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어 (국내 증시의) 거래 시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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