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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면했지만' 사라진 2.5% 관세 우위…현대차 주가 '후진' [관세협상 타결]

입력 2025-07-31 14:14   수정 2025-07-31 16:26


한·미 무역협상 타결 소식 전해진 31일 국내 증시에서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후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기존 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하락과 완성차 산업의 이익 체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와 함께 협상 타결 기대를 선반영한 차익실현 매물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자동차 내준 한·미 관세협상…현대차 4%·기아 6% '후진'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일 대비 1만원(4.48%) 하락한 21만3000원에, 기아는 8100원(7.34%) 내린 10만2300원에 각각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한·미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에 주가가 미리 오른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주가를 끌어 내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종 애널리스트 A씨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전했고, 이어 대통령실은 자동차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정규 시장 전 현대차와 기아는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정작 정규장 개장 후엔 반락했고, 약세를 나타냈다. 넥스트트레이드의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에서 현대차는 8.44% 오른 24만4000원까지, 기아는 5.6% 상승한 11만7000원까지 각각 상승했다. 정규장의 시초가도 현대차는 4.48% 상승한 23만3000원, 기아는 2.08% 오른 11만2700원이었다.

이에 앞서 미·일 관세협상이 타결 소식이 한국 주식시장에 반영된 지난 23일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7.51%와 8.49% 급등한 바 있다. 전일엔 주식시장 안팎에서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각각 2.29%와 4.45% 올랐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도 무역협상 타결 직후 급등했다가 조정받고 있다. 다만 조정폭은 현대차·기아보다는 작다.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요타자동차의 주가는 미·일 무역협상이 타결된 지난 23일 14.34%나 급등한 뒤, 전일까지 5거래일 동안 3.89% 조정받았다. 혼다자동차도 지난 23일엔 11.15% 급등했고, 이후 5거래일 동안 3.67% 하락했다. 혼다자동차는 일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는 물량이 없지만, 무역협상 타결 소식에 덩달아 주가가 움직였다.

현대차와 기아의 차익실현 출회 배경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재무지표 대비 주가 수준)도 지적됐다. A씨는 “현대차의 경우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된 데 따라 연간 이익이 약 1조5000억~2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조원이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현대차의 주가순자산비율(PBR) 0.55배를 곱한 이론적인 시가총액의 증가분은 1조1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최악은 면했지만…미국 시장 경쟁력 약화 불가피
일각에서는 일본산 자동차와의 관세율 격차가 기존 2.5%에서 사라지게 됐다는 지적이 자동차 관련 종목들의 주가 하락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관세 협상의 성과 중 하나로 농축산물 시장을 지켜낸 것을 꼽고 있지만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율 목표치였던 12.5%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기존 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하락과 완성차 산업의 이익 체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남게 됐다.

김용범 대통령실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지막까지 자동차 관세율 12.5%를 목표로 최선을 다했지만, 미국에서 ‘모두 15%’라고 했다”며 “이를 고수할 경우 전체 협상 틀이 흔들릴 우려가 있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5%의 품목관세를 매기기 전까지 한국은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해왔다. 일본은 2.5%를 적용받아 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미 FTA가 제공하던 한국산 자동차 관세 '0%' 혜택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점을 애석해하는 분위기다. 과거 앞서 관세 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EU는 미국에 수출하는 차량에 2.5% 관세가 부과된 상태였고 한국의 경우 FTA를 체결해 무관세였다. 국내산 자동차는 5% 안팎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었는데 이번에 관세 체계가 개편돼 이 같은 혜택이 사라진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판매되는 제네시스 G80(기본가 5만7100달러) GV80(5만8200달러) 쏘나타(2만6900달러) 투싼 하이브리드(3만3465달러) 등의 가격은 경쟁 차종보다 저렴하지만, 25% 관세를 적용할 경우 15%의 관세를 적용받는 메르세데스-벤츠 E350, 도요타 캠리, 라브4 하이브리드 등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었다.

관세 우려가 일부 완화됐지만 국내 완성차 업계의 실적 부담은 여전히 클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5% 관세로 약 1조60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15% 관세를 적용해도 수조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자동차 관세 15%가 적용되도 현대자동차·기아의 올해 영업이익이 약 5조6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들의 손실이 7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증시에서 현대·기아차는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다.

다만 현대차·기아가 관세율 인하로 취하게 될 이득이 일본 자동차업체들보다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A씨는 “이번 관세협상을 통해 현대차·기아가 얻게 될 이득이 도요타자동차보다 크다”며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중 일본에서 생산한 물량의 비중은 20% 수준인 데 반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 중 한국산 비중은 5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를 적용받는 물량이 한국산 자동차가 훨씬 많기에, 관세율이 내려갔을 때 취하는 이득도 커진다는 것이다.

당장은 주가가 내리고 있지만, ‘매수’ 관점에서의 대응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관세가 확정돼 불확실성이 해소된 자체가 자동차 산업에 호재인 데다, 현대차·기아가 관세율 인하로 취하게 될 이득이 일본 자동차업체들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해 "15% 관세가 적용됨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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