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백화점이란 현대적 공간에서도 이 본능이 작동한다.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폐쇄적인 장소를 원하는 VIP의 이중적 욕구. 백화점이 VIP 라운지 공간을 만드는 이유다.
라운지는 기존 공간과 분리돼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안쪽에 입구를 만든 것도 ‘나만의 특별한 공간’에 들어선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VIP 라운지 입구가 화려하거나 문이 필요 이상으로 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간감을 중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일반적인 사무 공간보다 층고가 높다. 높은 천장은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건축 장치다. 교회와 성당 천장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라운지 자체가 백화점 내 대중으로부터 떨어져 있지만 내부에서도 고객 간 분리를 중시한다. 다른 고객과 최대한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테이블을 배치한다. 어떤 이들이 이 공간에 있는지 서로 알수 없도록.
소파 경도와 테이블 높이도 특별히 신경 써서 설계한다. 안락감을 강조한 푹 꺼진 소파에 앉았을 때 테이블은 일반 테이블보다 높게 만든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거리감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백화점 라운지는 백화점 역사와 함께 발전했다. 1880년대 미국에서 쇼핑 후 지친 여성이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아지자 화장실과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을 두기 시작한 것이 라운지의 시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 오늘날과 같은 VIP 중심의 라운지가 자리 잡았다.
롯데백화점 블랙 라운지는 전국에서 구매액 상위 777명만 사용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4층에 있는 블랙 라운지는 일반 라운지와 달리 통유리창을 갖춰 개방감을 느끼도록 설계했다. 석촌호수와 잠실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VIP 사이에서는 봄철 ‘벚꽃 명당’으로 통한다. 내부 디자인과 가구도 이에 맞춰 화사하고 생동감 있는 색상으로 꾸몄다. 3층에는 퍼스널쇼퍼룸(PSR)이 마련돼 프라이빗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명동 본점과 부산 본점 라운지는 창문이 없이 프라이빗한 구조다. 커피, 에이드 등 다과를 제공하며 미리 예약하면 샴페인 4종과 간단한 안주를 먹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VIP 회원 999명을 대상으로 ‘트리니티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모던하면서도 정갈한 내부 디자인이 특징이다. 트리니티 라운지는 ‘디저트 맛집’으로 알려졌다. 연 4회 디저트 메뉴를 교체한다. 지난 5~7월엔 미쉐린 스타 셰프가 만든 디저트를 내놓기도 했다.
신세계 강남점의 또 다른 VIP 라운지인 ‘어퍼 하우스’는 휴식과 함께 예술을 즐기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공간마다 소조 작품은 물론 서양화, 동양화를 배치해 미술관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백화점의 ‘자스민 블랙 라운지’는 백화점 라운지 가운데 가장 프라이빗한 느낌을 강조한다. 조명 조도를 최대한 낮추고 간접 조명을 써 분리감과 아늑함을 살렸다. “마치 동굴과 같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서울 라운지는 무채색 톤의 고급 가구를 배치해 우아하다. 벽면 한쪽에 거대한 미켈란젤로 다비드상 사진을 걸어 예술적인 느낌을 더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