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법무부에 따르면 경제형벌 합리화 TF는 이진수 법무부 차관과 이형일 기획재정부 차관이 공동으로 단장을 맡아 1일 첫 회의를 연다. 부처 간 논의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8월 중순께 개편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배임죄는 검찰 등 수사기관이 기업인을 수사할 때 적용하는 대표적 혐의다. 형법상 일반배임죄에 더해 업무상 배임죄가 있고, 상법상 특별배임죄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죄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특경법상 배임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까지 가능하다. 배임죄는 적용 기준이 모호한 데다 ‘재산상 이익’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만 규정돼 있고, 손해 발생 위험성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어 연간 신고 건수가 2000건을 웃돈다.
대법원은 최근 수년간 배임죄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판례를 잇달아 내놨다. 이사 등과 같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는 추세다. 한 부장판사는 “배임죄를 축소하는 방향이 맞다는 게 전체적인 사법부의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1심 기준 횡령·배임 사건의 무죄율은 6.9%로, 전체 형사사건 평균 무죄율(3.3%)보다 두 배 넘게 높았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경영판단 원칙의 명문화다. TF에서는 형법상 배임죄(제355조)는 유지하되 모호한 조문 내용을 명확히 하고 배임죄가 적용되지 않는 ‘경영판단 원칙’에 해당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담는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현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성립한다. 문제는 경영상 의사결정에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할 때다. 기업 경영진이 A안과 B안 중에서 선택할 때 결과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다면 결과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법리상 존재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성립한 경영판단 원칙 정도를 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판단 원칙의 명문화에 대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경영판단 원칙은 이미 판례에서 인정되고 있어 개정하더라도 기존과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판례상 경영판단 원칙을 법에 세세하게 명문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수사기관의 기소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민 교수는 “기업 경영에서 합리적인 절차나 판단을 거친 경우에는 면책해주자는 취지이므로 검사들도 기소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란/박시온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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