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재소환되고 있다. 추진 당시 대규모 시위를 비롯해 각종 사회적 논란이 있었지만, 십수 년이 지나고 보니 엄청난 국익을 가져다줬다는 것이다.
2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한미 관세 협정으로 재평가 받는 무역 협정' 등 이름으로 지난 2006년 추진된 한미 FTA에 대한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작성자 A씨는 "협정 체결 당시 한국의 1차, 2차 산업 다 죽었다 이런 소리도 나왔지만 오히려 한미 FTA 이후 양국 교역량이 크게 늘어났고, 우리나라의 중공업과 고부가가치 산업들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FTA 협상을 주도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를 향해 지지 선언을 한 김 전 본부장은 한미 FTA를 포함해 45개국과의 FTA 협상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그는 시민 사회에서 엄청난 압박을 받고, 같은 진보 진영에서조차 '검은 머리 미국인'이라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에 따르면 FTA 발효 전 5년(2007~2011년) 연평균 대미 무역 수지는 93억 달러였는데, 발효 후 10년(2012~2021) 연평균 대미 무역 수지는 193억 달러로 2배 상승했다.
KIEP는 지난 2022년 "한미 FTA 이후 양국간의 무역 및 투자 관계가 전반적으로 크게 확대되었으며, 특히 고부가가치 분야를 중심으로 심화·발전되면서 양국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산업 피해가 우려되었던 분야에서는 보완대책 수립과 함께 해당 분야 경제주체의 경쟁력 강화 노력의 결과로 당초 예상되었던 부작용이 완화되고 일부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노무현이 시작하고 이명박이 끝냈다", "좌우를 떠나 이렇게 좋은 정책이면 이어져야 한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큰일 했다" 등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각각 1278억 달러, 557억 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뤄낸 수출로 거둔 흑자 성과였다.
특히 지난해 수출을 이끈 일등 공신은 자동차였다. 자동차는 전년 대비 8% 증가한 342억 달러(전체 대미 수출의 26.8%)를 기록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전체 대미 흑자의 약 60%를 차지한다. 이어 일반기계가 전보다 4% 증가한 149억달러(11.7%), 반도체가 123% 증가한 103억달러(8.1%) 등으로 기여했다.
이렇게 한국에 이득을 가져둔 한미 FTA는 이번 협상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관세율보다는 낮아졌으나, 이번 조치로 수출 일등 공신인 국내 완성차 업계의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과되지 않던 관세가 부과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를 재소환해 진보 진영이 이중적인 잣대를 세웠다며 비판에 나섰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관세 제로 정책인 한미FTA는 반대했으면서 지금 관세 15% 협상은 자화자찬하고 있다"며 "'미국산 소고기 먹느니 청산가리 먹겠다'던 개념 연예인은 어디 갔냐"며 날을 세웠다.
그가 언급한 '개념 연예인'은 배우 김규리(개명 전 김민선)로, 광우병 논란 당시 자신의 SNS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고 적었다.
이혜민 전 한미 FTA 기획단장은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전반적으로 선방했다"면서도 "일본이나 EU에 비해서 2. 5% 관세에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미 FTA가 적용이 되지 못하고 일본과 EU와 똑같이 15% 관세가 적용된 것은 다소 실망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등을 포함해 정치권 안팎으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는 유보적인 입장도 상당 수 나온다. 영국 대사를 지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우리 경쟁국인 EU와 일본이 이미 타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경쟁국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타결해 조금 안도는 된다"면서도 "우리가 과도한 양보를 한 것인지 세부 사항을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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