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와 한국 순수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올해 국내 뮤지컬 시장을 대표하는 두 작품 사이에는 숨은 공통점이 있다. 기업은행이 투자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기업은행이 뮤지컬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기존에 큰 성공을 거둔 영화에 이어 뮤지컬, 공연 등 무대 콘텐츠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시장 흐름에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12일 무대에 오른 뮤지컬 위키드 제작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위키드는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 속 마녀들을 재해석한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세계 17개국에서 70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영화 제작비에 통상 10억원가량을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면 위키드에 거는 기대가 큰 편”이라며 “5% 수준의 수익률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뮤지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에는 뮤지컬 ‘알라딘’과 ‘스쿨 오브 락’에 수십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초연 3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명성황후의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금까지 기업은행은 영화 시장에서 ‘투자 명가’로 통했다. 기업은행이 자금을 댄 영화 중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선 영화만 11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1191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파묘’를 포함해 ‘베테랑2’ ‘검은 수녀들’ ‘탈주’ 등에 투자했다.
기업은행이 뮤지컬, 콘서트 등 비영상 콘텐츠 투자로 눈을 돌린 건 영화산업 침체와 맞물려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티켓값 인상 등으로 국내 영화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영화 총관객 수는 7147만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평균(1억1323만 명)의 63.1% 수준이다. 기업은행이 올해 들어 337만 관객을 기록한 ‘야당’ 정도를 제외하면 좀처럼 영화 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영화계와 달리 뮤지컬, 공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2022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한 뒤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티켓 전체 판매액은 4650억원에 달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또 다른 뮤지컬 작품과 함께 국내 원조 아이돌 그룹 HOT의 복귀 무대로 주목받는 한터 음악 페스티벌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중심 투자에서 뮤지컬, 공연 등 비영상 분야로 투자를 확대해 K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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