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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 데 콩 나고, 쌀 심은 데 콩 나는데…요지부동 콩값, 왜? [이광식의 한입물가]

입력 2025-08-03 06:00   수정 2025-08-03 08:11



농산물 가격에 예민한 ‘사장님’들은 재배면적에 관심이 많다. 농산물은 가격과 수요에 따라 공급을 늘리고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그해 농가가 특정 작물을 얼마나 심는지 보면 한해 가격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략 예상할 수 있어서다. ‘단수’나 ‘생육환경’ 같은 변수가 있지만, 대체로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헥타르당 200만원' 인센티브에...논콩 재배면적 46%↑

그런 점에서 보면 올해 콩 가격은 저렴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 관측보에 따르면 올해 국내 콩 재배면적은 8만3133㏊로 예측됐다. 이는 작년(7만4018㏊)보다 약 9000㏊(12.3%) 증가한 면적이다. 논에서 키우는 콩인 ‘논콩’ 면적이 크게 늘어서다. 흔히 맡은 일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에 신경 쓰는 사람에게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고 하지만, 꼭 콩을 밭에서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콩은 키우는 땅에 따라 크게 밭콩과 논콩으로 나뉘는데, KREI는 올해 밭콩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소폭 줄어도 논콩 면적은 작년보다 46.7%(1만482㏊)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가가 갑자기 콩으로 뛰어든 것은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 정부는 남아도는 쌀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실시하고 있다. 쉽게 말해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키우면 돈(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인데, 유독 쌀에서 콩으로 갈아타는 농가들이 많다고 한다. 논콩은 기계화가 잘 돼 있어 농사짓기가 쉬운데다, 인센티브도 확실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벼 대신 콩을 키울 경우 ㏊당 200만원의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한다. 이모작으로 밀까지 재배하면 ㏊당 100만원을 추가로 준다.

이 때문에 농가에선 “쌀보다 낫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실제 데이터를 봐도 콩을 키우는 농가는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늘었다. 평년 기준 콩 재배면적은 6만2200㏊인데, 2023년 6만7671㏊를 기록하더니 올해까지 2년 새 3분의 1 정도 늘었다.

쌀이 콩을 키우는 상황이다. 콩은 재배면적이 점차 늘면서 생산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산 콩 생산량은 15만5000t으로, 작년(14만1000t)보다 약 10%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쌀 심은 데 콩 나는’ 상황인데도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국산 콩(흰콩·40㎏)의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23만1000원으로, 작년(22만1600원)보다 오히려 4.2% 올랐다. 재배면적만 보고 “콩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면 오산인 셈이다.



콩 가격이 그대로인 것은 왜일까. 우선 정부가 수매량을 늘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산 국산 콩 수매량은 5만t으로, 지난해(3만3000t)보다 51.5%(1만7000t) 늘었다. 정부의 콩 재고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농식품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산 콩 재고량은 2022년 7000t에서 2023년 3만1000t, 지난해 4만8000t으로 증가했다.
수입 콩 줄이고 국산콩 수매 늘려
국산 콩과 대체재 관계로 볼 수 있는 수입 콩 물량도 줄었다. 농식품부와 aT에 따르면 콩의 수입 길은 크게 두 갈래다. 정부는 먼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저율관세할당(TRQ) 형식으로 콩을 수입한다. 지난해 기준 미국(3만4607t)과 캐나다(1만7000t), 중국(1만t), 호주(1000t) 등이 주요 수입국이다. 이에 더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른 TRQ 물량도 있다. 여기엔 ‘기본물량(C/S)’인 18만5782t과, 정부가 수급 상황에 따라 판단해 들여오는 ‘증량물량’이 있다. 정부는 작년에 이 ‘증량물량’으로 수입콩 3만5000t을 들여왔는데, 올해는 3만3000t만 들여오려다 아예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 국산 콩 생산이 급증하면서 과잉 공급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올초 약 28만t의 콩을 수입하겠다고 고시했지만, 실제 수입콩 물량은 24만6000t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국산콩은 늘고 수입콩은 줄면서 업계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국산콩과 수입콩 모두 ‘먹거리’로 쓰이지만, 활용되는 곳엔 차이가 있다. 국산 콩은 풀무원이나 CJ 등 대형 식품업체가 제조하는 제품에 주로 활용한다. 수입콩은 식당, 학교 급식,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두부에 많이 들어간다.

국산콩을 주로 쓰는 대형 식품업체들은 최근 추세를 반기는 분위기다. 국산 콩 생산이 늘면서 장기적으로는 원재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돼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콩 생산량이 늘면서 이미 두부 가격은 조금씩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국산 콩을 제품에 주로 쓰면서 ‘품질’과 ‘건강’을 중심으로 마케팅한 업체들은 최근 상황이 호재”라고 말했다.



반대로 수입콩에 의존하던 중소기업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입콩으로 두부를 만드는 중소기업 업체 관계자는 “국산 콩이 아무리 늘었다 하더라도 수입콩보다 두 배 비싸다”며 “이대로 가다간 공장을 멈춰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일 기준 수입콩(흰콩·35kg)의 중도매인 판매가격은 12만1800원이다. ㎏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수입콩(3480원)보다 국산콩(5775원)이 66% 비싸다.

쌀이 남아돌아 골머리를 앓던 정부는 이제 콩이 남아돌아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선 비축해놓은 국산 콩을 좀 할인 공급해 업체들의 수요를 맞추려고 한다”며 “ 올해도 국산 콩 생산량은 많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비축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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