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를 줄이지 못하면 장관직을 걸라”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공개 질타한 이후, 정부가 산업안전감독관 300명을 일선에서 차출하는 등 증원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대통령의 감독관 1만명 공약을 필두로 산업안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고용노동부 내부에서는 기대하는 시선과 함께 과거 문재인 정부 때 감독관을 급격히 증원해 발생한 부작용이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센터 소속 행정직원과 근로감독관 중 산업안전 업무 경력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300여명을 산업안전감독관으로 전환 발령했다.지난해 말 전체 산업안전감독관(895명)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은 이날부터 약 한달간 산업안전 교육을 마친 뒤 일선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공백을 메꾸기 위해 고용부는 올해 선발된 9급 일반행정직 348명 중 절반에 가까운 155명을 배정받았다. 이들은 기존 직원들이 맡던 고용센터 실업급여 민원 관련 일반 행정 업무 등으로 배치된다.
지난달 필기 시험을 마친 7급 국가직 공무원 공개채용 일반행정직 합격자 150여명 중 상당수도 상당 수가 고용부로 배정될 것이 유력하다. 이들은 초급 공무원이지만 7급인만큼 감독관 자격을 지니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하다. 특히 김영훈 장관이 주도하는 ‘노동안전 투캅스’ 전략에 따라 이들은 퇴직자 등 실무 경력자인 선배들을 멘토로 삼아 '도제식 훈련'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는 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감독관 증원을 위한 공식 협의에도 착수한 상태다.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와의 논의를 통해 향후 정원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산업안전감독관 확대 배치가 시작되면서 정부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고용부 내부에서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산업안전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는 반응과 함께 해당 업무가 차세대 공무원의 주요 커리어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최근 고용부 감독관 출신 인사들이 쿠팡CLS 등 주요 대기업 임원으로 대거 채용된 점을 들며 반색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쿠팡CLS는 최근 산업안전보건 분야 경험이 있는 실무 공무원 출신 인력 8명을 상무급 임원으로 대거 채용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고용부는 사업장별로 담당 감독관을 지정하는 ‘안전일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이에 대해 일선에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담당 감독관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규모 근로감독관 증원 이후 승진 적체와 사기 저하로 퇴직자가 속출한 전례를 떠올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산업안전감독관 확대를 시작으로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지만, 체계적 교육·훈련 없이 인력을 급하게 투입하는 ‘땜질식 대응’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상존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안전 분야가 다시한번 각광을 받으면서 산업안전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2025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에 따르면, 산업안전기사 응시자는 2024년 기준 19만6000명으로 전체 국가기술자격 응시자 중 3위를 차지했다. 합격자도 2022년 2만4000명에서 2024년 3만7000명으로 54% 넘게 증가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