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의 뜻대로 재산 분배 방식을 설계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예컨대 첫째 아들에게는 부동산을, 둘째 딸에게는 현금을 물려준다고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녀가 부양의무를 다하거나 직장을 다니고 있어야 상속한다는 등의 구체적 조건도 달 수 있다. 미성년 자녀가 조만간 유산을 상속받는 상황이라면 일정한 연령이 됐을 때부터 매달 얼마씩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도 이 방식을 통해 미리 어머니와 자녀, 자선단체 등에 재산을 상속하도록 설계했다. 유연한 설계를 통해 상속 분쟁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살아 있을 때도 유용하다.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지 능력이 떨어져 의사소통이 어려워졌을 때 재산 일부를 처분해 요양비나 병원비를 매달 내도록 미리 계획할 수 있다. 1인 가구는 사망 후 장례와 봉안 등의 준비까지 해놓는 게 가능하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들은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공격적으로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위탁재산이 1000만원만 돼도 가입이 가능한 ‘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다. 이전까지 이 은행에선 위탁재산이 10억원 이상이어야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할 수 있었다. 국민은행은 최근엔 자녀나 손주에게 증여할 현금 규모와 증여 방식을 미리 설계하는 상품인 ‘KB골든라이프 증여플랜신탁’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 최소 위탁재산이 1000만원인 ‘우리내리사랑 안심신탁’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는 5000만원 이상만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5월 최소 위탁재산 기준을 3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신한은행은 2022년 8월 아예 금액 기준을 없앴다.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을 시작한 하나은행은 다양한 유형의 상품을 내놓으면서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미 4년 전 100만원만 갖고도 가입할 수 있는 치매대비신탁을 출시해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그 후 장애인신탁, 후견신탁, 49재신탁, 기부신탁 등 각종 신상품을 내놓으며 중장년층을 공략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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