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킨지앤드컴퍼니는 10~15년마다 ‘한국 경제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나올 때마다 큰 관심을 받았다. 한국 경제·산업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한 덕분이다.
시작은 1998년 외환위기 때 나온 ‘제1차 한국 보고서’다. 맥킨지는 한국 정부에 위기 극복 방안을 조언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5년 만인 2013년 4월 발간한 ‘제2차 한국 보고서, 신성장 공식’은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주목했다. 공동 저자인 리처드 돕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 소장과 서동록 맥킨지 한국오피스 파트너는 한국 경제를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첫 번째 근거는 ‘한국 대기업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 한계’다. 한국 기업은 엔화 강세에 힘입어 높은 수익을 올렸지만, 엔저 시대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산층 붕괴와 고령층 증가도 한국 경제의 활력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맥킨지는 대안으로 정보기술(IT) 서비스, 관광, 문화 같은 ‘서비스산업 육성’과 이를 위한 규제 완화, 고급 인재 육성 등을 제시했다.
10년 뒤인 2023년 12월 나온 ‘한국의 다음 상승곡선(Korea’s next S-curve): 2040년을 위한 새로운 경제 성장 모델’도 화제가 되긴 마찬가지였다. 맥킨지는 인구구조 불균형, 노동생산성 하락, 주력 산업의 경쟁 심화, 중소기업 생산성 부진 등에 따라 “냄비 속 끓는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가 “산업의 판을 바꾸고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구리(한국 경제)가 이미 반쯤 삶아졌는데도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니, 물 온도가 내려가기를 기다리지 말고 개구리를 냄비 밖으로 던지는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맥킨지는 이를 위해 산업구조 개편, 비즈니스 모델 개편,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로의 전환, 원천기술 기반 신사업 창출, 인공지능(AI) 전환, 규제 점검을 통한 산업 혁신 기반 구축, 선순환적 자본시장 구축, 핵심 인재 양성 등 8개를 제시했다. 정유, 석유화학, 철강산업의 과감한 구조 개편도 주문했다.
맥킨지 한국오피스 관계자는 “컨설팅 계약 수주만 생각한다면 나올 수 없는 게 맥킨지의 한국 경제 분석 보고서”라며 “한국 경제 성장을 돕는 파트너가 되는 게 맥킨지 한국오피스의 목표”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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