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사용자 개념의 확대,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 대상의 확장,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등 집단적 노사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개정안의 조문들이 사용자, 노동쟁의 등 개념의 정의에 관한 규정이거나 손해배상책임 등 추상적인 규정이어서 법개정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가상의 사례를 중심으로 노란봉투법의 효과를 전망해 본다.
<i># 사례</i>
대기업 A사는 최근 신제품 개발 일정을 일부 조정했다. 이에 따라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 B사 역시 납품 일정을 다시 짜야 했다. 양사는 이미 수년간 안정적으로 협력해온 관계였고, 이 정도의 일정 조정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B사가 생산을 앞당기기 위해서 앞으로 3개월간 초과근무가 필요하다고 현장에 통보하자 B사의 노동조합(‘B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3개월 간의 초과근무는 단순한 근무시간 조정이 아니라, 중대한 근로조건 변경”이라며 “단체협약상 초과근무에 대한 일반적인 동의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이처럼 지속적인 초과근무는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는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은 특별성과급을 요구했다.
<i># 사용자 개념 확대(개정법안 제2조 2호)</i>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해 B사는 “초과근무는 원청의 납기일정에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상황은 곧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노동조합은 교섭의 상대를 B사가 아닌 원청회사, 즉 A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 근거는 다름 아닌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 조항이었다. 원청A사가 하청B사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겠다는 논리였다. 노동조합은 ‘원청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초과근무가 불가피하다’는 B사의 공문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초과근무는 A사의 개발 일정에 의해 결정된 것이므로 A사에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특별성과급 지급 요구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비용은 A사가 부담할 것이므로 A사가 직접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i># 쟁의행위 대상 확대(개정법안 제2조 5호)</i>
A사는 즉각 반박했다. “협력업체의 생산 일정과 보상 수준은 B사의 자체적인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고, A사는 단지 개발 일정만 공유했을 뿐이며, 나아가 신제품 개발일정은 A사의 경영상 결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B노동조합은 개정 노조법 제2조 제5호도 끌어왔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도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즉, 신제품 개발일정이 사업상의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므로 노동쟁의의 대상이고, 단체교섭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A사의 거부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B노동조합은 전격적으로 파업에 돌입했고, B사의 생산은 완전히 중단되었다. B노동조합의 일부 조합원은 원청인 A사의 사업장도 무단 점거해 A사의 조립 라인까지 멈추게 했다.
<i># 손해배상 책임 제한(개정법안 제3조)</i>
A사 입장에서는 핵심 부품의 공급이 지연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라인 일부가 점거되어 피해가 심각했다. 게다가, B노동조합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쟁의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일부 조합원들이 무단으로 원청 사업장을 점거한 점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을 검토하였다. 그러나 손해배상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의문이었다. 하청 노조가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침묵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법성이 불분명했고, 무단점거 등 명백한 위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도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개인별 책임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이었다(개정법안 제3조 제3항). 게다가 개정 노동조합법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개정법안 제3조 제2항), B노동조합은 ‘A사의 단체교섭 거부가 불법행위이므로 이에 대항하는 행위는 모두 정당하다’라고 주장할 것이 예상되었다.
<i># 손해배상 책임 면제 (개정법안 제3조의2)</i>
그러던 중 B노동조합은 “부제소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파업을 종료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다. 어차피 불투명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느니 차라리 부제소에 합의하고 분쟁을 종결하자는 제안이었다. 개정법은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인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으니 배임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결국 A사는 협상 테이블에 나와 신제품 개발일정을 2개월 연기하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미 원래 계획한 개발일정은 파업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i># 합의 이후</i>
합의는 많은 의문을 남겼지만 어쨌든 분쟁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그러나 며칠 뒤, 고용노동청은 A사에 불법파견 진정 접수 사실을 알렸다. A사가 하청인 B사의 근무 일정에 관여하였다면 파견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A사는 “개정 노조법에 따라 협상에 응한 것인데, 이것이 어떻게 불법파견이냐”고 항의했지만, 노동청은 “진정이 접수된 이상 조사에 응하라”는 답변만을 되풀이했다.
이는 가상의 사례이지만, 모두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노란봉투법의 전례 없이 강력한 규정들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노란봉투법의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여전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령, 원청교섭의 적용 범위와 절차,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의 관계 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전혀 결정된 것이 없다. 설령 입법 이후 시행령으로 정한다고 하더라도, 법률에 근거 규정 없는 시행령이 향후 제기된 수많은 소송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법 시행까지 불과 6개월의 유예기간 내에 충실한 시행령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노란봉투법의 입법이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법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구자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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