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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이 말하는 '노란봉투법 5불가론'

입력 2025-08-05 17:41  



손자병법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전략가 손자가 저술한 병법서로, 전쟁의 전략과 전술을 체계화한 최초의 병서로 알려져 있다. 손자병법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을 다루고 있으나, 현대에는 비단 군사학 뿐만 아니라 정치, 경영, 심리학에도 많은 지혜를 주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빌게이츠가 자주 읽으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참고하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손자는 13편의 병법을 저술하였고 그 중 1편은 시계(始計)이다. 승패에 따라 존망이 결정되므로 신중하게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체이다. 그럼에도 지금 추진되는 노란봉투법은 온 나라의 노동법과 노사관계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내용임에도 '닥공 모드'로 일관되는 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가장 핵심인 사용자성 확대는 노동조합이 있는 모든 기업과 사업장의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계약관계가 없는 이들 사이에도 노사관계를 형성하게 함으로써 노동조합법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던 기업과 사업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고, 노사업무로 잔뼈가 굵은 현장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전문가들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 등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일단 출사표부터 던져야 할 시점인지 의문이 많다.

손자는 시계편에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들로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의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번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을 어떻게 바라볼지 살펴본다.

'도(道)'는 백성으로 하여금 한마음이 되게 하는 것으로, 구성원들이 하나의 뜻을 품고 움직이는 비전과 결속이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지난 정부에서 두 번이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있을 정도로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고, 경영계에서도 지속적으로 강하게 우려를 표하고 있는 법안이다. 어느 정책이든 찬반양론이 있을 수밖에 없으나, 두 번이나 폐기된 법안을 오히려 더 강화함으로써 반대의견을 완전히 무시하는 방법으로 추진되는 것은 ‘도(道)’의 관점에서 낙제점이다. 노란봉투법이라고 해서 손해배상만 제한하는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그건 '애피타이저'이고 원청 사용자성이 '메인디쉬'라고 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만큼 중요한 사항에 대한 논의나 공감대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또한 노동계에서 적극 지지한다고 하나, 모든 노동조합의 속내도 같을지 의문이다. 하청 노조로 하여금 원청과 직접 교섭하도록 함으로써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아이디어인데, 한정된 곳간을 나눠쓰는 상황에 대한 호불호가 일치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천(天)'은 음양의 이치, 즉 추위와 더위 등 시기별 기후의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말하는 것으로, 타이밍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경제살리기가 우선 추진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인데, 우리나라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한층 강화하고, 하청 노조로 하여금 바로 원청와 교섭테이블에 앉게 하여 소속 하청은 무시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의 생태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위장도급,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등 각종 최신 판례들을 통하여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원청의 법적 부담은 이미 임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 원투 스트레이트에 잽으로 그로기 상태에 있는 상대에게 꼭 어퍼컷까지 날려야 하겠는가.

'지(地)'는 전장의 지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으로, 적합한 환경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아무리 목적이 그럴 듯하고 명분이 있더라도 여건이 받춰져야 한다. 우선 지금 추진되는 노란봉투법, 특히 사용자성 확대 부분은 1개의 원청, 1개의 하청, (원청에는 노조가 없고), 하청에 (복수노조가 아닌) 단수노조라는 1차 방정식을 가정하여 추진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는 복수의 하청, N차 하청, 원청의 복수노조, 하청의 복수노조 등 관련된 주체들은 다양하고(소비자도 있을 수 있다) 이해관계 또한 제각각인 N차 방정식이다. 그리고 노란봉투법은 실제 N차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수학공식에는 침묵하고 있고, 이러한 지적에 정부는 시행령으로 한번 해보겠다고 한다. 방법은 모른 채 ‘일단 법을 바꾼다’ → ‘원청과 하청 노조가 교섭한다’ → ‘하청 근로자의 월급이 올라간다(?)’와 같이 정책 추진을 냉장고에 코끼리 넣기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경제문제, 정책적 문제를 원청을 교섭장에 앉혀 기업에 책임을 떠미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장(將)'은 전쟁을 이끌 장수에 대한 것이다. 노란봉투법과 같이 법과 제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로 인한 파급효과를 예상하며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아우르는 장수가 보이지 않는다. 또 일단 입법을 해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도보완을 한다고 하는데, 이들 전문가들 중에 교섭장에 앉아 본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법(法)'은 제도, 관리규정에 관한 것으로 체계적인 시스템, 명확한 규율과 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노동조합법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계약관계를 전제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 또는 사업장이 다르고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이들 사이에도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를 인정해버리면 체계적 정합성이 떨어지게 된다. 1사업장 1교섭단위 원칙부터 일반적 구속력 문제, 대체근로 금지, 사용자의 직장폐쇄(원청이 하청 사업장에 대하여 직장폐쇄(?) 등 엇박자가 나는 규정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이렇게 불안한 체계의 상황에서 출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결국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 어느 요소를 보더라도 노란봉투법은 나가지 말아야 할 방향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는 고전이 주는 지혜와 통찰력으로 다시 한번 노란봉투법을 바라보길 기대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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