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사진)가 미국과의 관세 합의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는 대통령령에 조기 서명하도록 촉구하겠다고 4일 밝혔다. 미국은 새 상호관세를 오는 7일부터 부과할 예정이지만, 새 자동차 관세는 언제부터 매길지 정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미·일 관세 합의와 관련, 후속 방침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선 이번 합의에 대해 “미국의 고용을 창출하는 동시에, 일본의 고용도 잃지 않고, 함께 기술·노동력·자본을 결합해 세계에 더 나은 것을 제공해 나간다”며 “이른바 윈윈 관계”라고 답했다.
야당은 정부가 미국과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합의문을 만들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점점 확대 해석해 일본에 계속 바가지를 씌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는 “상대(트럼프)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룰을 바꾸는 사람”이라며 “문서를 만들면 관세 인하가 늦어질 것을 가장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국익에 직결된 자동차 관세를 제대로 낮추는 대통령령을 내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권 자민당이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패배한 뒤 당 안팎에선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확산하고 있다. ‘언제까지 총리직을 지킬 것인가’라는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의 질의에 이시바 총리는 “미·일 합의로 사업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는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언제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민 여론은 엇갈린다. 일본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 JNN은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총리 퇴진 여부와 관련, ‘사임할 필요 없다’는 견해가 47%, ‘사임해야 한다’는 응답은 43%로 나타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차기 총리 선호도에서는 쌀값 하락을 주도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20.4%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16.7%), 이시바 총리는 11.1%를 얻어 3위에 올랐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전후 80년 담화와 관련해선 “형식은 차치하고, 기억의 퇴색을 피하고, 전쟁을 두 번 다시 일으키지 않기 위한 발표는 필요하다”며 “여러 의견을 근거로 하면서 보다 좋게 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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