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시계가 정교해도 진품 무브먼트는 따라 하기 불가능합니다. 18년간 만져본 손으로 바로 알 수 있죠.”선우혁 구구스 영업지원부문장(사진)은 명품업계에서 통하는 별명이 ‘포청천’이다. 중국 송나라 명재판관인 포청천처럼 명품 시계 진품과 가품을 바로 구분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18년 동안 명품 감정 한 우물을 팠다. 지난 1일 기자와 만난 선우 부문장은 “태엽과 나사, 프린팅 같은 작은 부분이 가품을 판별하는 포인트”라며 “아무리 정교해도 결국은 차이가 난다”고 했다.
올해 설립 24년 차인 구구스는 1세대 중고 명품 플랫폼이다. 선우 부문장은 2007년 시계 감정부터 시작해 현재는 구구스의 명품 감정을 총괄 지휘한다.
그는 “중고 명품 거래 업체는 매일이 가품과의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구구스에서 하루에 감정하는 물품은 평균 500건이 넘는다. 팬데믹 이후 명품 수요가 급증한 뒤 가품이 유통되는 일도 크게 늘어났다. 작년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적발한 온라인 명품 ‘짝퉁’ 판매는 22만5841건이었다. 2020년 약 12만 건에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온라인을 통해 명품을 구매했다가 감정을 받고 가품임을 뒤늦게 알아채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부분 가품은 저렴하게 복제하다 보니 프린팅, 로고 등 외관에서 70%가 걸러진다. 정교하게 복제한 가품에서 감정사들의 ‘실력’이 발휘된다. 명품 시계는 태엽 부품 간격이 0.1㎜만 차이 나도 초침과 분침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다. 감정사가 초침 진동수를 점검하거나 태엽 상태 등을 현미경으로 파악해 가품 여부를 가려낸다. 가방 옷과 같은 제품은 구구스가 20년간 쌓은 가품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며 정밀 감정한다.
선우 부문장은 “가품을 가려내는 데는 사람의 눈썰미와 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훈련된 감정사를 육성하는 게 명품업계에서는 중요한 과제다. 구구스는 약 90명의 감정사를 보유하고 있다. 감정사는 3단계로 나눠 육성한다. 1단계에서 명품 브랜드와 제품 기초교육을, 2단계에서 실무 감정을 하며 전문성을 쌓는다. 3단계 주무자 교육은 최신 위조 기술과 트렌드의 교육 및 테스트를 한다.
선우 부문장은 “최근엔 후배 육성을 위한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며 “가품이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어 뛰어난 감정사를 육성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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