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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첩보수사 지휘권자 '급' 높인다

입력 2025-08-04 17:45   수정 2025-08-05 01:29

경찰이 내부 첩보를 바탕으로 한 ‘입건 전 조사’(내사) 착수 시 지휘권자를 경찰서장급으로 격상하는 수사개시권 개편에 나섰다. 검찰개혁으로 경찰 수사권 통제장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장급 간부가 인지 수사를 꺼려 결과적으로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첩보수사 지휘권 과장→서장급 격상
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경찰청 훈령인 ‘입건 전 조사 사건 처리에 관한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범죄 첩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를 시작할 때 지휘권자를 기존 ‘소속 수사부서장’에서 ‘소속 관서장’으로 격상하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 기준으로 첩보 사건의 수사 개시 권한을 과장급에서 경찰서장급으로 끌어올리는 조치다.

통상 고소·고발 사건은 곧바로 입건되지만 진정이나 경찰이 자체 확보한 첩보를 바탕으로 한 사건은 입건 전 조사를 거쳐 수사 여부가 결정된다. 첩보 사건의 입건 전 조사는 인지수사 시작의 첫 단계로, 고소·고발이 어려워 구조적으로 은폐되기 쉬운 사건에 주로 활용된다.

경찰은 이 같은 결정권자 격상이 자의적인 첩보 수사를 억제하고 수사의 공정성과 신중함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정인이 첩보를 계속 제공해 수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면 특정인의 이익에 복무하는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지휘부 통제력을 강화해 이른바 ‘청탁수사’나 ‘편향수사’를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수사권 관련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지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수사본부의 최종 지향점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통제장치 부족 비판 고려한 듯
경찰이 수사개시권 자체 개정안을 들고나온 것은 검찰개혁으로 경찰 수사권 통제장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권 없이 공소청으로만 남으면 또 다른 수사기관인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비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또 경찰이 보유한 두 가지 수사 권한인 수사개시권과 수사종결권 가운데 수사종결권은 검찰의 보완수사 지시를 통해 통제되지만 수사개시권은 별도 통제장치가 없다는 점도 자체 손질에 나서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보신주의로 인지수사 위축” 우려도
인지수사 결재권자를 과장에서 서장으로 격상하는 개편안을 두고 경찰 사이에선 인지수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선 경찰서장들이 수사 책임을 져야 해 수사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보신주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총경급인 경찰서장은 수뇌부의 인사조치에 따라 커리어가 좌우된다. 경찰서장이 경찰 수뇌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위주로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 경찰서와 달리 시·도청 수사대나 서울 관내 경찰서는 챙겨야 할 사건이 많아 총경급에 업무가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서장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강조하면서 서장 보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 경찰서장(총경)은 “경찰청장이 모든 사건에 대해 최종 결재를 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듯, 단순히 서장에게 책임을 부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닐 것”이라며 “수사와 통제의 조화를 이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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