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한국 주식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핵심이던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 위험'을 덜어내는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투자 환경의 지각변동이 시작됐습니다."
오는 27일 '2025 한경 재테크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5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은 한국 주식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결정적 변수"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감사위원의 분리선출 확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2차 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예정이다. 이사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기존 1차 상법 개정안에서 담지 못한 항목들을 보완한 게 핵심이다. 기업들에 대한 파급력을 따지면 1차 상법 개정안보다 '더 센' 개정안이라는 평가다.
김 센터장은 "이번 정부 들어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이 자회사 중복상장이나 물적분할 등 과거 관행을 스스로 자제하고 있다"며 "일반주주들 중심의 경영 인식이 시장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전체적으로 소액주주 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흐름은 비가역적"이라며 "세제 변화는 부분적 요소다. 상법 개정이라는 굵직한 흐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가는 기업의 이익뿐 아니라 그 이익이 얼마나 주주에게 돌아오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거버넌스는 장기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핵심은 거버넌스 리스크였다. 이 구조가 바뀌기 시작한 건 단순 정책 변화가 아니라 투자 환경의 지각변동"이라고 짚었다.
김 센터장은 올 들어 가팔랐던 시장 상승세를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외국인 자금의 유입은 '거버넌스 개선'과 '약달러'라는 두 가지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약달러는 코스피 상승을 이끈 주된 배경 중 하나"라며 "달러가 약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선호도가 높아진다. 2022년과 2023년에도 달러 약세기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이번 사이클에서 '미국 외 지역'으로 자금 이동이 본격화할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비(非)달러 자산 시장은 구조적으로 '재평가'의 기회가 있다"며 "거버넌스 개선과 약달러가 맞물리는 지금이야말로 중장기 투자 기회로 볼 수 있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코스피 5000을 거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일본처럼 거버넌스 리폼(개혁)이 장기간 진행된다면 한국의 지금은 아직 기회의 초입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김 센터장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배당이 늘고 거버넌스가 개선될 수 있는 종목이 유망하다고 봤다. 그는 "이 잣대로 보면 금융주는 오히려 제외된다"며 "은행권은 정부에서 상생금융 관련 여러 요구를 받는 만큼 배당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있는 시점이지만, 지난 10년간 이익 증가율과 향후 멀티플 개선 가능성을 감안하면 정부가 밝힌 '코스피 5000'은 선언적인 숫자만은 아니다"라며 "코스피 3000에서 5000으로 가려면 연 상승률 10.7%씩 가면 된다. 주주환원과 구조적 거버넌스 개선이 병행된다면 충분히 도달 가능한 목표치"라고 말했다.
오는 2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빌딩 다산홀에서는 '2025 한경 재테크쇼'가 열린다. 행사 대주제는 '2025 부의 이동: 투자 대전환의 서막'이다. 김 센터장은 기조연설자로서 약달러와 거버넌 개선이 한국 증시에 미칠 구조적 변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 센터장 외에도 김두언 하나증권 수석 연구위원,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 '빠숑'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가 연단에 오른다. 최근 한경닷컴 실전투자대회인 '한경 스타워즈'에서 최종 우승한 한국투자증권의 김기완·권오연 PB도 한경 재테크쇼에서 투자 전략을 소개한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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