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이 아니면 막상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대다수 기업은 스몰 데이터(small data)가 비즈니스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5일 만난 신병규 대림바토스 대표(사진)는 행동이나 표정, 몸짓 등 사소해 보이는 데이터에 고객의 욕망과 바람이 숨겨져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 대표는 스몰데이터와 관련된 비즈니스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최근 ?왜 그것만 팔렸을까?를 출간했다. 이 책은 사람의 숨겨진 욕망을 꿰뚫는 65개 국내외 기업의 성공 전략이 소개돼 있다.
신 대표는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드러내는 눈빛이나 제스처, 복장, 표정 등 비언어적인 요소에 욕망과 취향이 들어 있는 만큼 눈여겨봐야 한다”며 “고객의 숨겨진 마음을 읽어내 이를 겨냥한 제품을 제공하는 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비즈니스의 핵심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스몰데이터는 원래 미래학자이자 브랜드 전문가인 마틴 린드스트롬의 저서 ?스몰데이터?에서 유래한 경제용어다. 몸짓이나 습관, 호감, 비호감, 망설임, 말투, 장식, 암호 등을 일컫는 말이다. 대용량 데이터인 빅데이터를 통해 집단의 공동 특성을 엿볼 수 있다면, 스몰데이터는 개개인의 사소한 행위를 분석한 정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대림바토스도 스몰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 대표는 “품질이나 공기(工期)와 관련해 건설회사 현장 직원들의 취향이나 불만 사항 등을 주목하니 뜻밖에 다양한 정보가 쌓여 추가 수주에 쏠쏠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2021년 경희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이 책을 구상했다. 이후 한양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로 3년간 마케팅 분야 강의를 진행하면서 관련 자료를 모았다. 그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내용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는 고객의 사소한 행동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책을 집필했다”며 “스몰데이터를 활용하면 마케팅을 요란하게 하지 않아도 돼 비용도 절감되고 매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대림바토스의 대표로 15년째 재임중인, 이 회사 역대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시스템 욕실 설치 전문업체 대림바토스는 대림바스(옛 대림비앤코)의 계열사다. 대림E&C의 관계사이기도 한 대림바스는 수도꼭지 등 수전 금구와 위생도기 등을 제조한다.
취임 첫해 업계 꼴찌였던 기업을 현재 국내 1위 회사로 키워낸 공로가 장수 CEO의 비결로 꼽힌다. 대림바토스는 2011년 매출 130억원 선이었으나 신 대표 취임 이듬해 2배 가까운 200억원으로 올라선 뒤 지난해 4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21년 매출은 556억원까지 올랐다. 신 대표는 “현장을 자주 방문해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하려 노력한 게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사내 경영에도 스몰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의 취향이나 사소한 행동을 헤아려 경영활동에 접목하는 식이다. 그는 “직원을 다그쳐 실적을 올리는 건 단거리 경주에나 통하는 얘기”라며 “가끔 직원들과 회식할 때도 업무 얘기, 질책, 험담은 하지 않는 3무(無)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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