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인의 관심은 미국의 관세전쟁과 무역 마찰에 쏠려 있다.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공적개발원조(ODA)다. ODA는 한가한 이야기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마저 개발 원조를 대폭 줄이려고 하는 시기에 굳이 한국이 나설 필요가 있느냐고 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원조를 늘리기에 적절한 시기다. 미국이 자국의 개발 원조를 대폭 축소하는 과정에 있지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해외 원조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지금 원조를 늘리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관리에 도움이 된다. 방위비 조정 문제로 고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파트너들처럼, 개발 원조는 한국이 미국 동맹국에 더 많은 부담을 분담하라는 요구에 부응하는 한 방법이다. 한국은 주요 원조 수혜국에서 중요한 공여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국가라는 설득력 있는 서사를 지니고 있다.
특히 백신 개발 및 팬데믹 대비와 같은 미국의 우선 과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이민을 택하는 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한국의 원조 지원은 워싱턴을 향해 이런 서사를 구축하는 동시에 최근 몇 년간 개발 협력 예산을 매년 증액한 몇 안 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나로 다른 파트너 국가들 사이에서의 리더십 또한 키우게 된다.
한국은 효과적이고 증거에 기반한 원조 전략의 모범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나라다. 예를 들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글로벌펀드,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백신연구소(IVI) 같은 기관에 추가 기여를 약속하고, 게이츠재단 등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역량의 한계에 다다른 한국의 원조 기구를 확대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방법이다. 올해 글로벌펀드와 GAVI가 재정 기여 약정 회의를 하는 만큼 한국의 선제적이고 의미 있는 기여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한국의 대중문화인 K컬처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독보적인 자산이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같은 인기 그룹이 납 중독, 말라리아 퇴치 등의 과제 해결에 적극 참여한다면 세계적인 관심을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제약 및 바이오 기술 분야는 원조를 계기로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한·미 양자 관계를 지원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한국의 바이오 제약 기업이 미국 기업과 합작 투자를 진행하고 미국에 직접 투자하며 R&D 시설을 공유하는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
경제적 긴장과 방위비 분담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한국이 자선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전 세계적 지지를 확보하고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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