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 사이트를 본떠 만든 가짜 사이트로 투자자를 유인해 거액을 뜯어낸 피싱 조직원들이 경찰에 대거 붙잡혔다. 이들 일당은 “공모주를 저가로 매수하면 상장일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약 100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 92%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고교 중퇴 후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했으나 수익이 저조하자 불법 사이트 개발로 눈을 돌렸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SNS를 통해 알게 된 브로커 B씨(32)·C씨(24)와 공모해 주식 거래 사이트인 ‘서울거래 비상장’ 등을 모방한 가짜 사이트 64개를 개발, 판매했다.
A씨는 피싱 조직 요구에 맞춰 PC용 사이트는 물론 모바일 앱까지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그는 사이트 1개에 개발비 500만원과 월 관리비 150만원을 받아 매달 약 4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브로커 B씨와 C씨는 A씨가 만든 가짜 사이트를 국내외 피싱 조직에 판매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등 SNS에 ‘주식·코인 사이트를 제작해준다’는 광고를 올려 피싱 조직의 의뢰를 받았다. 이를 통해 14개 조직에 19개 가짜 사이트를 판매해 매달 약 3000만원의 이익을 챙겼다.
조직원들은 비상장 주식 무상 배정 등을 미끼로 피해자를 가짜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상장이 유력한 공모주를 저가로 매수하면 상장일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위조된 명함과 공문서, 주주명부 등을 보여주며 피해자를 교묘하게 속였다. 이들은 피해자들로부터 주식 대금을 수차례 송금받은 뒤 약속한 상장일이 되면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식으로 범행을 반복했다. 피싱 조직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피해자 중 92%가 50대 이상이었다. 이 중 한 60대 남성은 약 9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죄 수익금 14억원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공식적인 방식의 투자 또는 자문에 기댈 경우 수익은커녕 피싱 조직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허위 공시나 문서에 속지 않도록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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