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 시가총액이 최근 LG생활건강을 넘어선 데 이어, 국내 1위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마저 추월했다. 일명 K뷰티 시장에서 기존 빅2의 성과가 지지부진한 사이 '신흥 강자'가 활약하며 주목받은 결과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0분 기준 에이피알은 전날 대비 2만7200원(14.52%) 급등한 21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이후 보합권 움직임을 보이던 에이피알은 증권가 추정치를 크게 웃돈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급등, 한때 역대 최고가인 22만원까지 올랐다. 현재가 기준 시총은 약 8조1600억원이다.
같은 시각 아모레퍼시픽은 1500원(1.18%) 오른 12만8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가격 기준 시가총액은 7조5300억원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시총 3100억여 원 차로 아모레퍼시픽을 턱밑까지 추격한 에이피알은 이날 장중 아모레퍼시픽뿐 아니라 한국금융지주, 현대건설, HD현대미포 등의 시총마저 넘어선 상태다.
주가 강세의 배경은 2분기 호실적이다. 에이피알은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9% 증가했고 매출액은 3277억원으로 110.8% 늘었다. 당초 증권가는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점쳤는데, 그조차도 웃도는 규모의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산한 에이피알의 연결 2분기 실적은 매출액 2876억원, 영업이익 592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매출액 1555억원·영업이익 280억원) 대비 매출은 85%, 영업이익은 111% 급증한 수치다. 그러나 실제 실적은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2014년 설립된 에이피알은 '에이프릴스킨'과 '포맨트' 등 화장품 브랜드와 '메디큐브'라는 홈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등을 보유한 회사다. 미국과 유럽, 중동향 화장품 수출 호조가 가파른 실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에이피알은 해외 K뷰티 시장 공략을 위해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지알' 광고모델로 배우 김희선에 이어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을 기용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2월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당일 공모가 25만원 대비 27% 상승한 31만7500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이 종가 기준 시총은 2조4080억원이었다.
이후 올해 6월 23일(종가 기준) 에이피알은 처음으로 LG생활건강 시총을 제치고 시총 2위 자리에 올랐다. 전날 기준 에이피알(7조1257억원)과 LG생활건강(4조5996억원)의 격차는 2조5261억원에 달한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아모레퍼시픽마저 앞지른다면 상장 1년5개월 만에 전통 강자들을 모두 제치고 K뷰티 시총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에이피알은 특히 북미 시장에서 속도감 있게 선점한 게 주효했단 분석이다.
7월 화장품 수출은 8억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7.9% 증가했다. 특히 대(對)미국 수출이 전년 대비 21.7% 증가한 1억67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증권가는 아마존 프라임 데이 호실적과 '사재기' 영향으로 재고 확충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화권(중국과 홍콩) 수출은 전년 대비 17.8% 줄어 역신장했다. 3개월 연속 2억달러를 밑도는 수출 실적이다.
이런 가운데 에이피알의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는 지난달 8~11일 열린 미국 아마존 프라임 데이 기간에만 매출 300억원을 올렸다. 메디큐브 '제로 모공 패드'의 경우 행사 시작과 함께 뷰티 전체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콜라겐 젤리 크림과 딥 비타 씨 패드 등 다른 화장품 라인도 부문별 1위에 올랐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이달 추천 종목에 에이피알을 신규로 편입하면서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등 K뷰티의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며 "메디큐브가 이달 미국 얼타 뷰티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를 시작한 데다 유럽과 일본 오프라인 입점을 확대하고 있어 계속 성장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이피알의 부담요인이라면 주가가 많이 오른 것뿐"이라며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는 없다. 현재 에이피알을 중심으로 화장품 업종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화장품 매출의 가파른 증가세에 이익 개선세도 꾸준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한편 업종의 두 전통 강자는 고전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이번 분기 시장 기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 548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면세점 매출이 급감한 게 컸다. 중국 지역에서 마케팅비는 계속 느는데 매출은 줄어드는 등 해외 매출이 정체된 상황도 부담이다.
지난해부터 중국과 면세점 부문을 빠르게 줄여가며 북미 시장에 대응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신속한 구조조정 여파로 충격파가 덜한 상황이다. 2023년부터 면세점 매출을 절반가량 줄였고 지난해에는 2019년 대비 4분의 1 수준인 3800억원까지 낮췄다. 지난해까지 6000억원 수준을 유지한 LG생활건강과는 대비된다.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았지만 에이피알이 치고 올라오는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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