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6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첫 소환 조사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심려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전·현직 대통령 부인이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공개 출석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정 정장 차림의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 12분께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 잘 받고 나오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어 명품 가방·목걸이 수수 의혹, 명태균씨 관련 의혹 등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지난 6월 말 건강 상태 악화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가, 휠체어를 타고 퇴원한 김 여사는 이날 별다른 부축 없이 차에서 직접 내려 걸어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인파는 특검 사무실 앞에서 '왜 김건희 여사만이냐' '특검은 공정하게 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며 김 여사를 응원했다.

이날 조사에는 김 여사 측에서는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입회하고 특검팀에선 부장검사급이 투입된다. 김 여사와 민중기 특검 간 별도 '티타임'은 없을 예정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상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2009∼2012년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으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9명이 기소돼 대법원에서 전원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김 여사는 2022년 재·보궐선거와 작년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을 부정하게 청탁받은 혐의도 있다.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착용한 고가 목걸이를 재산 신고 내역에서 뺀 혐의, 윤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등이 남아 있어 김 여사 출석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 특검법상 수사 대상 의혹은 16개에 이른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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