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여름 더위가 심해져 앞으로 여행을 다니기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은 공연을 보며 여행의 즐거움을 대신해보려고 합니다.”
한 공연 예매 사이트에 달린 이 댓글은 요즘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록적인 폭염 속 시원한 실내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공연장이 여름철 피서지로 주목받는다. 록, 국악, 헤비메탈 등 흥겨운 노래로 무더위를 잊게 할 이색 뮤지컬 세 편을 소개한다.
“형제여 그것이 행복이라면 멈추지 마오!” 뮤지컬 ‘마하고니’를 공연 중인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는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초연 뮤지컬이지만 이미 수차례 발 도장을 찍은 ‘회전문 관객’이 야광 팔찌를 흔들며 떼창을 부르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첫 관람객이라면 다소 생경할 수 있지만 상관없다. 중독성 강한 넘버(뮤지컬 속 음악)가 흐르면 어느 새 몸을 흔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마하고니’는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의 오페라 ‘마하고니시의 흥망성쇠’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불 꺼진 놀이동산을 연상하게 하는 스산한 보라빛 무대에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낙원의 땅 마하고니가 펼쳐진다. 그 문을 연 ‘게스트’는 ‘호스트’의 유혹에 이끌려 자신도 몰랐던 욕망을 하나둘 드러낸다. 인간의 욕망과 구원이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내용이 어렵다는 평도 있지만 폭발적인 록 스타일 넘버가 몰입도를 높인다. 커튼콜은 앙코르에 앙코르를 거듭해 10분 넘게 이어진다. 뮤지컬 관람 경험이 많은 관객이 빠질 만하다. 공연장 안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춥기 때문에 가볍게 걸칠 옷을 챙기는 것도 좋다. 공연은 오는 31일까지.
‘마하고니’ 공연장에서 20분가량 걸어가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무대가 펼쳐진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다. 제목부터 흥이 넘치는 이 뮤지컬은 원래 서울예술대 학생들의 졸업 작품이었다. 이후 2019년 정식 무대에 올라 올해까지 네 차례 공연을 이어왔다. ‘뮤지컬 덕후’ 사이에선 입소문이 자자한 작품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가상의 조선시대, 시조는 ‘역모의 수단’으로 간주돼 더 이상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 하지만 백성들은 “할 말은 하고 살자”며 저항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마침 15년 만에 열린 ‘조선 시조 자랑’에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비밀 시조단 ‘골빈당’이 참여하는데, 여기엔 어린 임금의 비선 실세인 시조대판서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서사는 설득력 있고 음악은 신명난다. 꽹과리, 태평소 등 국악기가 귓가를 때리는 ‘K힙합’이 무대를 채운다. 배우들은 아예 객석 사이를 뛰어다니며 열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양반이고 싶은 사람 손 들어! 오에오! 오에오! 후레자식 다 함께 오늘도 양반걸음!” 공연은 이달 31일까지다. 다음달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특별공연도 할 예정이다.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웨이스티드’도 강렬한 록 음악으로 더위를 잊게 한다. 연극열전이 선보이는 이 작품은 소설 <제인 에어>의 샬럿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 <아그네스 그레이>의 앤 브론테, 화가이자 작가인 브랜웰 브론테 네 남매가 창작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19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포크 록, 개라지 펑크,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브론테 남매의 내면과 갈등을 나타낸다.
뮤지컬 ‘레드북’으로 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연출상을 받은 박소영이 연출을 맡는다. 오는 10월 26일까지 서울 동숭동 플러스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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