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초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포뮬러1(F1) 경기. 단 10개 팀, 20명의 드라이버만 참가하는 그랑프리 레이스는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팀마다 매년 수천억원을 쏟아붓는 첨단기술의 각축장이다. 최고 정점의 공기역학 기술을 적용한 경주차 설계, 고성능 하이브리드 엔진이 결과를 좌우하지만 그것만으론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예측 불가능한 날씨, 추돌 사고 등 수많은 변수 앞에서 레이스 향방을 결정짓는 건 결국 전략과 팀워크다.지난 6월 개봉한 영화 ‘F1 더 무비’에서 주인공 드라이버는 경기 결과를 낙관하는 팀원들에게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Hope is not a strategy)”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무리 고성능 차량과 노련한 드라이버가 있다고 해도 낙관적 기대만으론 극한의 레이스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일깨우는 말이다.
한국은 미국과 반세기 넘게 혈맹이란 이름 아래 군사·경제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우방이란 수식어에 기댈 수 없게 됐다. 이번 관세협상 과정에서 혈맹·우방이란 양국 간 관계 방정식은 협상 테이블에서 아무런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 트럼프 시대 미국은 자발적 동의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파워 대신 압박과 철저한 거래 중심의 하드파워 전략을 펴고 있다.
1주일 전 협상 타결이 끝이 아닌 시작인 이유다. 정부 협상단은 성과를 자찬하며 안도할 때가 아니다. 외교는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한 과정의 연속이며 결과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추가 협상 과정에선 플랜 B와 C, D까지 치밀한 시나리오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압박에 대비해야 한다. F1에서 드라이버와 팀이 서킷에 따라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듯 변화무쌍한 상황에 맞는 당당한 대처가 필요하다. 우리 기업, 우리 국민의 지갑에서 나온 혈세가 적어도 예측불허 정치인의 치적거리로 전락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전략은 오직 철저한 준비와 냉정한 대응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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