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3001개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5704개나 된다. 도약보다 추락이 두 배 가까이 많은 비정상적인 기업 생태계다. 한 해 7~8개이던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올라선 기업도 최근 2년 연속 2개에 그쳤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순간 80여 개의 혜택이 사라지고 20여 개의 규제를 받게 되니 벌어지는 일이다. 지원과 규제가 기업 규모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매출 쪼개기 같은 편법이나 성장을 회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성장하면 상 대신 벌’을 받는 구조부터 바꾸는 게 급선무다. 중소기업 관련 예산은 35조원에 달하지만 우리 중기의 경쟁력은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적지 않은 예산이 ‘좀비기업’에도 뿌려지며 낭비되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 수는 적지만 매출, 고용 등 비중이 17%나 되는 중견기업 예산은 지난해 1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정책자금 지원에서는 소외되고 대기업처럼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어려운 중견기업은 가장 높은 대출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성장하는 기업이 인센티브를 받기는커녕 이중, 삼중의 제재를 받는 셈이다.
다행히 정부가 기업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한다. 경제단체들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옥석을 가리지 않는 보호 일변도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중견기업, 대기업 과잉 규제라는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고 무너진 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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