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보좌관 명의로 주식 차명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춘석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6일 밝혔다. 자진 탈당 하루 만에 최고 수위 철퇴를 내린 셈이다. 이 의원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에는 중진 추미애 의원을 내정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관 계좌로 주식 거래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논란이 커지자 5일 밤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로 탈당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징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징계 혐의자가 탈당하는 경우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 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는 당규에 따라 이 의원을 제명 조치하는 강수를 뒀다.
이 의원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는 모습으로 성난 주식 투자자의 여론 악화를 막고 개혁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과거 제명 조치 후 복당한 사례가 있는 만큼 수사 결과와 여론에 따라 이 의원의 정치 생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여름휴가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진상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공평무사하게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차명 거래, 내부 정보 이용 등 이 의원의 주식 거래 의혹과 관련해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이 의원의 행태가 이 대통령이 내건 ‘코스피지수 5000’ 국정 목표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이 상법을 다루는 법사위원장이자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고 있어서다. 경제2분과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중 인공지능(AI) 및 과학기술 분야를 담당한다. 이 의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차명 거래한 것으로 드러나면 정책 신뢰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엄정 대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 의원을 국정기획위에서 즉시 해촉하라”고도 지시했다.
장동혁 후보는 “지금이라도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후보는 서울경찰청을 찾아 이 의원을 자본시장법 및 금융실명법, 공직자윤리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의원이 민주당에서 제명됐지만 여전히 의원직을 유지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의원직을 방패 삼아 다음 총선까지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복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하고 비상한 상황인 만큼 일반적인 상임위원장 선임 방식을 벗어나겠다”며 “가장 노련하게 검찰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추 의원께 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당내 최다선(6선) 의원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이 의원 사퇴 이후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거절함과 동시에 사법개혁 의지가 강한 추 의원을 전면에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최형창/이슬기/김형규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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