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남미 마약 카르텔의 새로운 ‘황금 루트’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항만 인프라와 늘어난 중남미 정기선을 노려 코카인 환승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잇따르면서 수사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신항에서만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대량 코카인이 적발돼 한국이 국제 마약조직의 ‘물류 기지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산지방검찰청과 부산본부세관이 6일 발표한 밀수 코카인 600㎏은 에콰도르에서 출발한 9만6000t급 정기 화물선에서 발견됐다. 이 컨테이너선은 에콰도르에서 출발해 페루·멕시코를 거쳐 일본·중국·부산신항을 오가는 정기선이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제공한 우범 컨테이너선 정보를 토대로 적발됐다.
염승열 부산세관 조사국장은 “중남미에서 선적돼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부산신항에 들어왔다”며 “아시아권으로 코카인 판매가 확대되고 있어 이쪽 사정에 밝은 DEA와 협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 항만으로, 지난해 중남미 전체 정기선 물동량 중 부산신항 비중은 20~30% 정도다.
앞서 강원 강릉 옥계항 사건에서는 국제 마약 카르텔의 정교한 밀수 수법이 드러났다. L호는 지난 2월 페루 해안 30마일 해상에서 ‘닌자’라 불리는 조직원 10~15명을 실은 보트 두 척과 접선해 사각 블록 형태의 코카인 1690개를 56개 자루에 나눠 실었다. 이들은 파나마에서 국내 당진항으로 오는 과정에서 네 차례에 걸쳐 ‘드롭 앤드 픽업’을 시도했다. 일본 동쪽 공해, 일본~제주 근해, 당진항 투묘지, 중국 근해에서 코카인을 해상에 투기하면 이를 별도 선박으로 수거해 동아시아 지역 마약상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상 악화 등이 겹쳐 모두 실패했고 마지막으로 옥계항 출항 후 해상에서 하역하려던 계획 역시 동해해경청과 서울본부세관의 합동단속으로 물거품이 됐다.
또 중남미 국가의 정부 통제력 약화로 코카인 생산이 늘었으며 부산신항에 중남미발 정기선 물동량이 많다는 점이 코카인 밀수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24 마약류백서에 따르면 2022년 세계 코카 재배 면적은 약 35만4900㏊, 코카인 생산량은 약 2757t으로 전년 대비 13%, 20%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등 안데스산맥에서 자생하는 코카나무에서 추출한 코카인은 기존 미주·서유럽·중유럽에서 소비됐으나, 최근 아프리카, 아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등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국내 코카인 적발량은 전년 대비 80배 급증했지만 기존 최대 적발 품목인 필로폰은 152㎏으로 소폭 감소했다. 아시아 지역 남용 마약인 케타민은 8배 폭증하면서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대검찰청 마약과 관계자는 “마약범죄는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인 만큼 각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내 반입 및 유통 공급처를 막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부산=민건태 기자 wh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