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 속에 혼조세를 이어가다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관세 부과로 한국 배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증권가에선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계열사와 합병이 마무리되면 주가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어닝 쇼크’ 여파로 주가 내리막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8월 6일 전일 대비 2.35% 오른 10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달 1일 10만2000원까지 떨어졌다가 사흘 연속 올랐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냈다. 매출은 19조306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8400억원 줄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4176억원이었다. 시장 컨센서스(-2728억원)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적자를 지속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관세 영향, 유가 하락 등 어려운 대외 환경으로 인해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배터리 사업 부문은 북미 공장 가동률 확대 등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첨단 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기록하는 등 영업이익 개선세가 전분기 대비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올 2분기 60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석유 트레이딩 사업을 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유류·화물 저장시설 사업을 담당하는 SK엔텀을 합병한 영향이다. 배터리 사업에선 6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이 두 회사가 1273억원의 영업흑자를 낸 덕분에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배터리 사업 부문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이 1년 전보다 85.6% 줄어들며 실적 개선 기대가 커졌다. 북미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며 고정비 부담이 줄었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생산세액공제(AMPC) 2734억원 받은 것이 주효했다. SK온은 조지아주의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에 12개 라인을 운용하고 있다. 이 중 9개 라인이 현대차, 2개는 폭스바겐, 1개는 포드에 납품되는 구조다. 2분기 현대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가동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SK이노베이션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유와 E&S 사업이 회복되며 3분기 3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 구조 재편에도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은 연내 SK온과 SK엔무브 간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7월 말 총 5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도 발표했다. 자본확충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이뤄진다. SK이노베이션과 SK온이 각각 2조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3000억원을 조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외에도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 발행을 통해 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내 추가로 3조원 규모의 자본성 자금 조달과 1조5000억원 규모의 비핵심 자산 매각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SK(주)가 SK이노베이션에 4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1조6000억원 규모의 풋옵션(PRS)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SK온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분도 SK이노베이션이 PRS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통해 SK온에 출자한 재무적 투자자(FI)의 전환우선주 지분을 3조6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SK엔무브에 출자한 1조원 규모의 FI 지분도 이미 지난해 10월 15일과 올해 7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매입을 완료했다.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의 향후 주가 흐름이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효과보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개선 효과가 기대되지만 잠재적 부담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연결 기준 8조원의 자본 확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SK온의 FI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3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기업공개(IPO) 부담을 덜게 되는 대신 조 단위 지출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SK온과 SK엔무브 합병 과정에서 SK엔무브가 보유한 기존 발행 채권(9000억원)에 대한 조기상환 청구 가능성도 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중 3조9000억원에 대해서는 PRS 계약이 함께 체결돼 고정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만기 시점에 정산 차액 지급 의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부담할 풋옵션(PRS)과 영구채 발행에 따른 이자 비용 등이 단기적인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변화하고 있어 합병이 실효성을 가질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신호용 기업평가본부 기업평가2실 책임연구원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4년 291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냈고 2025년에도 부진한 실적이 지속됐지만 이번 수혈로 신용 위험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SK엔무브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지만 합병법인의 신용등급은 SK온(A+/안정적)을 기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SK이노베이션의 기존 채권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7월 말 기준 SK엔무브의 기발행 채권을 하향 검토 등급 감시 대상에 올렸다. 신 연구원은 “이번 자본확충과 합병 계획은 SK온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는 긍정적이지만 잠재적 부담 요인을 고려했을 때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적 전망과 재무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 발표와 배터리 사업의 출하 추이, 정제 마진 흐름, 자본 구조 개선 상황 등을 지켜보고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적 회복이 현실화할 경우 저평가 상태에서 반등할 수 있지만 개선이 지연되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회사의 자본구조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결국 주가의 상승 여력은 가동률 정상화와 실적 기여 여부를 확인한 이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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