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는 로맨스인데 영화 제목은 ‘물질주의자’를 뜻하는 ‘머티리얼리스트(Materialists)’. 모든 것이 수치로 환원되고 이를 기준으로 가치를 매기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이란, 또 결혼이란 무엇일까.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셀린 송이다. 전작 ‘패스트 라이브즈’(2023)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며 헤어진 한국인 남자친구와의 재회, 이별 등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던 그다.이번 작품 머티리얼리스트도 셀린 송이 직접 경험한 내용이 바탕이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하며 6개월 동안 커플 매니저로 활동했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고 그걸 기반으로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커플 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 분)다. 의뢰자가 원하는 파트너의 조건을 따져 데이트를 주선하는 루시는 벌써 아홉 커플이나 결혼에 골인시켰을 만큼 능력자다.
정작 루시 본인은 남자친구가 없다. 있기는 했다. 연극을 하는 존(크리스 에번스 분)이다. 젊었을 때야 돈은 나 몰라라 하며 꿈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도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서 삶이 그렇게 직선주로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주 차비 없다고 무료 주차장을 찾다가 기념일에 예약한 레스토랑 ‘노쇼’를 서슴지 않는 남자라면 미래가 없다. 그래서 헤어졌다.
이후로 독신주의자가 됐는데 ‘유니콘’이 찾아왔다. 잘생겨, 키도 커, 예의 바르고 연봉도 억대야, 해리(페드로 파스칼 분)가 직진으로 달려드니 루시는 한여름 아스팔트 위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든다.
사랑이냐, 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속 주인공처럼 양자 선택의 모진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을 다룬 로맨스물은 이전에도 많았다. 대개는 현실 감각을 배제하고 판타지를 부각해 조건보다 사랑을 택하는 대책 없는 해피엔딩의 수순으로 환상을 부추겼다.
엔딩 크레디트의 배경은 혼인신고소다. 수많은 커플이 밝은 모습으로 혼인신고하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잡은 이 장면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상대를 선택해 혼인했어도 현대사회에서 결혼은 곧 계약이라는 걸 상기시킨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머티리얼리스트의 오프닝은 아직 언어가 발달하지 않아 행위로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원시인 남녀가 등장해 어떻게 부부로 연을 맺는지를 보여준다. 남자는 꽃반지를 증표로, 뼈 한 무더기를 예물로 가져와 평생을 약속하고 여자는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태초부터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교환이었다.
왜 사랑하고, 왜 결혼하는 걸까. 거기에 의문을 나타내는 게 엔딩 크레디트 장면이고 그걸 보고 있으면 로맨스를, 그 감정을, 그에 수반한 조건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머티리얼리스트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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