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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석의 ‘전지적 투자자 시점’ [하영춘 칼럼]

입력 2025-08-08 09:01   수정 2025-08-08 09:58





‘김독자’는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란 웹소설을 10년 동안 읽어온 유일한 독자였다. 마지막 회를 읽는 순간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된다. 세계가 멸망의 위기에 놓여 혼돈에 빠진다. 김독자는 소설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대응해 원작 소설의 비극적인 흐름을 바꾸고 동료들을 구해낸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줄거리다. 김독자가 소설을 통해 멸망하는 세계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 가능한 얘기다.

김독자의 관점을 증시로 옮겨보면 어떨까. 특정인이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알고 있다. 시장 전체는 아닐지라도 특정 종목이 어떤 그래프를 그릴지를 알고 있다면 투자는 누워서 떡먹기다. 주가가 떨어진 시점을 잘 잡아 빚을 내서라도 몰빵투자를 한 뒤 주가가 올랐을 때 팔면 끝이다. ‘전지적 투자자 시점’이다.

불행히도 증시에서 이런 투자자는 없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종목을 콕 찍어보지만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주가조작(작전)이나 미공개정보 활용이 아니면 전지적 투자자 시점 투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장에서 차명거래를 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춘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는 의혹이지만 말이다. 그가 주식거래를 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은 8월 4일 오후 2시 21분쯤이다. 그날 오후 2시 정부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5개 기업을 발표한 직후였다. 이 의원이 가진 스마트폰에 나타난 보유종목은 네이버, LG CNS, 카카오페이다. 이 중 네이버와 LG CNS는 신용으로 매수했는데 공교롭게 정부가 선정한 5개 기업 컨소시엄에 포함됐다.

이 의원은 당시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서 AI(인공지능)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장을 맡고 있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의혹이 맞다면 이 의원은 정부가 선정한 기업을 미리 알고 빚을 내 투자한 셈이 된다. ‘전지적 이춘석 시점’이라 할 만하다.

미공개정보 활용이나 내부자거래 등을 제외하고도 ‘전지적 투자자 시점’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모든 투자자가 변동 가능성을 아는 경우다. 다름 아닌 제도 변화다. 최근 논란이 되는 증권거래세율 인상,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증권거래세율 인상과 대주주 기준 강화는 증시에 악재라는 걸 누구나 안다. 대주주 기준 강화에 반대하는 청원이 13만 명을 넘은 것만 봐도 그렇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은 증시에 호재다. 연간 배당소득이 2000만원이 넘더라도 종합과세(최고세율 지방세 포함 49.5%)하지 않고 분리과세하는 만큼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유도할 수 있어서다. 논란이 되는 건 분리과세 세율과 조건이다. 정부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선 분리과세를 하되 최고세율을 38.5%로 정했다. 종합과세 세율보다 크게 낮지 않다. 게다가 배당성향 40% 이상 등 조건도 까다로워 상장사의 14%만이 분리과세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관세 협상 타결, 상법 개정, 불공정 행위에 대한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도입, 더 센 상법 개정안 추진 등 전지적 투자자 시점에서 호재도 많다. 하지만 세율을 둘러싸고 불거진 악재에 묻히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라면 ‘전지적 이춘석 시점’이 아닌 한 증시에서 당장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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