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의 이미지센서를 쓰기로 한 건 ‘독보적 기술력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테슬라 인공지능(AI) 칩에 이어 애플 이미지센서까지 수주하자 시스템반도체(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제품)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는 소니의 시장 지배력이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자사 갤럭시부터 샤오미, 오포, 비보까지 전 세계 주요 스마트폰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소니 물량의 20~30%만 뺏어와도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센서가 중요한 이유는 카메라 품질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두께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지센서 경량화를 반도체 기업에 주문하고 있다. 삼성은 동일한 양의 빛으로 더 많은 신호를 만들어내는 ‘나노프리즘’ 기술을 통해 크기를 업계 최소인 0.5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까지 줄이는 등 경쟁사와의 ‘기술 초격차’에 성공했다.
애플 공급망 진입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미지센서는 최근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적용처가 늘어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4년(28조7000억원)에서 2029년 265억달러(36조5567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테슬라와 체결한 165억달러(약 22조800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이 더해지면서 삼성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테슬라와 애플 공급으로 ‘품질 인증 마크’를 받은 만큼 추가 고객 수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스템LSI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도 성능과 수율 개선에 힘입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세대 AP인 ‘엑시노스 2600’가 내년 출시되는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이 테슬라와 애플을 연달아 수주한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에 공급하는 차세대 이미지센서는 이 회장이 강조해온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만들자’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개발한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지난달 중순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사교 모임인 ‘선 밸리 콘퍼런스’ 행사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의명/황정수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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