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8·22 전당대회가 탄핵 찬성(찬탄)과 탄핵 반대(반탄)라는 양극화된 구도로 치러지면서 당의 미래를 둘러싼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당원들의 표심이 '반탄' 진영에 쏠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반탄 이미지가 당선에 유리하다는 셈법이 전당대회를 잠식하는 모양새다. 당 내부에서는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당 대표 본선 후보 4명은 찬탄 2명, 반탄 2명으로 흡사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비쳤으나, 최고위원 본선에서 찬탄 2명, 반탄 6명으로 짜여 압도적인 반탄 우위 구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당심이 50%만 반영된 예비경선에서도 반탄파의 강세가 선명하게 나타난 만큼, 당심 80%가 적용되는 본선에서는 반탄파의 화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반탄 이미지가 당선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자, 주자들 간의 강성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후보들이 의도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탄핵 반대 이미지를 더 확고히 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입당'을 공언하며 기존의 탄핵 반대 주자들보다 더 수위 높은 발언을 내놨다. 장동혁 후보는 윤 전 대통령 면회, '윤어게인' 세력과의 조건부 동행 등을 언급했다.일부 전당대회 출마자 중에서는 계산적으로 반탄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선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계산에 탄핵 반대 목소리를 키우는 출마자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지금 바닥을 기는 판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탄핵 반대가 안전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 진영 스피커인 유튜버 고성국씨, 전한길씨 등이 반탄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나는 반탄'이라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이 스피커들로부터 저격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도 읽힌다"며 "어떤 후보가 탄핵에 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순간 '이 사람은 뽑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스피커들에 의해 조성되기 때문에 '나는 탄핵 반대'라며 지지를 호소하는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비경선 결과를 봐도 '나는 친한동훈계도 아니고, 탄핵 반대 세력도 아니다'라며 회색지대를 표방한 주진우 후보가 탈락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전당대회에서는 찬탄이나 반탄 어느 한쪽에 속해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전략이 주자들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제 공표된 NBS(전국지표조사·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16%가 나왔다. 자신의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도 43%만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했으니, 심각한 것"이라며 "그런데 앞으로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전당대회 룰 문제다. 민심 반영을 더 높이면 '윤석열 재입당' 이런 얘기가 나올 수가 없다"고 진단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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