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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아프리카 국경선은 왜 직선으로 그어졌나

입력 2025-08-08 18:20   수정 2025-08-08 23:44

“우리는 지도 위에 선을 긋고 있었다. 그 어떤 백인도 발 디뎌 본 적 없는 곳에. 유럽국가들은 서로에게 아프리카 대륙의 산과 강과 호수를 나눠주었지만, 단 하나의 작은 문제에 부딪혔다. 우리가 나눈 산과 강과 호수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1890년 영국 총리 솔즈베리 경의 연설 중.

솔즈베리의 말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국경선이 ‘부자연스러운 직선’인 이유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유럽 열강이 탐욕 어린 시선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무 자르듯 나눠 가진 것. 1884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독일 초대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주재로 서구 14개국 대표들이 확정 지은 아프리카의 국경선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는 이처럼 국경선이란 인간의 욕망이 압축된 가장 정교한 낙서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종과 환경, 문화의 고려 없이 경계가 결정된 수많은 국가가 수많은 진통을 겪어온 47개 사례를 보여준다. 국경의 역사에 천착해 온 영국 저널리스트인 저자 존 엘리지는 “역사적으로 적대적인 민족들이 같은 나라에 묶이게 되면서 생명을 앗아간다”고 썼다. 경계가 분쟁의 씨앗이 되는 과정, 사회적인 불평등을 촉발하는 계기 등 역사적 사건을 꼼꼼하게 취재했다.

저자는 기원전 4000년 나일강 유역에서 마주하던 상이집트와 하이집트, 고대 중국의 국경선을 자처하던 만리장성부터 냉전의 상징으로 남은 베를린 장벽, 한반도의 휴전선까지 수천 년의 시간 속 경계선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어느 국경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주지한다. 그는 “경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허영심과 어리석음을 엿볼 수 있으며, 한 시대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이 다른 시대에는 얼마나 무작위적이고, 어처구니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고도 지적한다.

비무장지대로 불리며 한국과 북한을 가로막는 분단선에 대해서도 저자 나름의 분석을 제시한다. 비무장지대가 남북한 사이의 완충지대로 여겨지곤 있지만, 그 이름과 달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 장비가 집결한 지역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한 현대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

국경선이 인간의 삶과 운명, 사회의 정치와 경제를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넘어 저자는 미래의 새로운 경계가 될 우주의 국경에도 지구인들의 패권이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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