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는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사업주는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해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 같은 작업중지권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급박한 위험’의 법적 요건이 불분명해서다. 이 때문에 기업이 추후 ‘작업을 중단할 만한 급박한 위험이 없었다’고 판단하고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노동계는 지적해왔다.
정부는 이에 따라 근로자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인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를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때 사업주에게 작업 중지 및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작업중지 요구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급박한 위험 발생 우려’를 판단할 책임을 회사 측에 지우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근로자가 정당하게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는데 사업주가 부당해고나 징계 등 불리한 처우를 했다면 형사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법적 구제 절차를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자 대표가 추천한 사람을 사업장에 ‘명예 산업안전감독관’으로 반드시 위촉하도록 의무화하고, 명예 감독관에게도 작업 중지 및 시정 조치 요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사실상 노조 관계자가 산업안전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셈이어서 경영계는 이번 개편안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
작업중지 요청권과 관련해선 근로자 개인이 아니라 기술력과 객관성을 갖춘 조직에 요청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매우 분업화돼 있는 데다 개인별 역량 편차도 심해 ‘위험’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일 수 있다”며 “안전이나 부실 시공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감리가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동조합 입김이나 외부 변수 등에 따라 작업중지권이 파업 등 쟁의행위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건설업 특성상 한 공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이후 공정도 줄줄이 멈추는 만큼 공사 지연과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용희/양길성/이인혁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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