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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가 벌인 싸움의 의미를 온전히 전하고 싶었죠"

입력 2025-08-10 17:41   수정 2025-08-11 00:17


2010년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소프트뱅크 아카데미’ 출범식 연단에 올랐다. ‘비전의 사나이’ 손 회장은 자신의 후계자를 찾기 위해 설립한 아카데미 첫날에 경영원칙 25자를 들려주고 설명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마다 나침반 역할을 하던 글귀다.

15년 전 한·일 양국에서 출판된 그날의 강의가 다시 한번 책으로 나왔다. 신간 <아주 특별한 경영수업>은 김성영 전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60·사진)가 번역을 맡아 재출간한 경영철학서다. 김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손 회장 강의 이후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의 경영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후배 경영자에게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번역을 결심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37년간 신세계그룹에서 이마트24·에브리데이 설립, 신세계면세점 인수, 이마트 몽골·베트남 사업 개발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신세계맨’이다. 2017년부터 6년간 이마트24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최고경영자(CEO)직을 맡았고, 2023년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는 신세계그룹의 ‘고문’ 격인 경영전략실 교수단에 속해 있다.

그가 손 회장의 강의를 처음 마주한 건 이마트24 대표가 된 첫해인 2017년이었다. 당시 느낀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내용은 감명 깊었지만, 번역이 딱딱하고 현장감을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 책이 다시 떠오른 건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였다. 그는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다시 번역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번역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CEO 경험을 바탕으로 손 회장의 의도와 문맥을 제대로 살리는 것, 또 하나는 일반 독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책의 순서도 바뀌었다. 원래는 손 회장이 어떤 의사결정을 했는지 살핀 뒤 그의 경영철학을 풀이하는 순서였지만, 신간에선 순서가 바뀌었다. 예컨대 ‘70% 이상 확신이 드는 사업만 한다’는 뜻의 ‘일곱 칠(七)’의 원칙을 설명한 뒤 소프트뱅크가 거액을 주고 인수한 사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손 회장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보는 식이다.

김 대표는 제대로 된 번역을 위해 강의 원문을 열 번 넘게 읽었다고 했다. 미묘한 어감과 당시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리기 위해 강연 녹음본도 구해 들었다. 그 과정에서 김 전 대표에게 가장 와닿았던 건 ‘투(鬪)’다. 그는 “이마트24 대표 당시 경쟁업체들의 견제와 정부 규제 때문에 사업이 쉽지 않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사업을 펼쳐나가려고 했다”며 “아무리 방향과 방법을 잘 알아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가 번역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가 또 하나 있다. ‘한국은 대기업 임원들이 은퇴하면 죄지은 듯 사라지는 것이 아깝다’는 출판사 직원의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용기를 내야겠다고 싶었어요. 앞선 세대들이 몇십 년간 쌓아왔던 노하우가 신세대의 아이디어와 합쳐지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요.”

김 전 대표는 “손 회장의 경영원칙 25자는 선배가 보여주는 본보기일 뿐 후배들은 자기만의 철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방 한쪽엔 전서(篆書)체로 쓴 사자성어가 걸려 있다. 관산청천(觀山聽泉), 멀리서 산을 바라보고,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사업을 할 때든 개인적인 삶에서든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들으며, 관점을 유연하게 갖자는 게 제 원칙이죠. 자신만의 관점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나이가 들어서도 뒤처지지 않을 테니까요.”

이선아/라현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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