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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15일 정상회담…"푸틴, 휴전 조건으로 점령지 요구"

입력 2025-08-10 17:36   수정 2025-08-11 01: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를 두고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정상은 올 들어 통화만 여섯 차례 했을 뿐 대면 회동은 처음이다.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3년 넘게 이어져온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배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자’를 자처하며 노벨평화상을 바라보고 있는 만큼 미국이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을 수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10년 만 방미…우크라이나 제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나와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이 오는 15일 위대한 알래스카주에서 열릴 것”이라며 “상세한 내용은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 역시 크렘린궁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알래스카 회동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푸틴 대통령은 2015년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만난 이후 10년 만에 미국 땅을 밟는 것이다.

미·러 정상회담 개최 논의는 이달 6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가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후 본격 이뤄졌다. 만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고도로 생산적이었고 큰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미·러 정상회담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여하는 3자 회담도 기대했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가 배제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빠진 결정은 죽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유럽 역시 우크라이나가 종전 논의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핀란드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공동성명을 내고 “당사국 없이 우크라이나 평화의 길을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무력으로 국경을 변경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며 “현재 전선이 협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러, 美에 돈바스 요구
이번 회담의 핵심 쟁점은 영토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해야 휴전에 동의하겠다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위트코프 특사에게 직접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영토를 양보하고, 그 사실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으면 휴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 철수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아우르는 돈바스 지역은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동부 4개 주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영토 양보를 조건으로 한 휴전 논의를 강력하게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영토 문제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일부는 돌려받고 일부는 교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돈바스를 넘겨달라는 러시아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자포리자와 헤르손 통제권은 우크라이나에 돌려주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은 회담 장소가 알래스카로 결정된 것에 대해 1867년 러시아가 미국에 매각한 영토라는 상징성에 주목했다. CNN은 “러시아가 720만달러에 미국에 판 알래스카는 푸틴 대통령이 점령하지 못한 영토 일부를 키이우(우크라이나)가 넘기도록 하려는 ‘세기의 영토 거래’를 시도할 장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 회담은 시간 끌기용”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미 ‘1승’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한 푸틴 대통령을) 미국 대통령이 만날 의사를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크렘린궁에는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정상회담 참석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WSJ는 “유럽은 이 제안이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전투를 중단하는 것 외에 크게 양보하지 않는 구조라고 우려했다”며 “미국의 새로운 제재를 피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이라는 의구심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협상에 소극적인 러시아를 향해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교역하는 국가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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