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교사들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할 때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신 허위, 과장 기재 등이 밝혀졌을 때 최종 책임은 교사가 지도록 할 계획이다. 분야별로 AI 활용을 확대하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이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교육부가 학생부 작성에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생성형 AI가 전방위로 활용되고 있다. 신생 AI업체들이 ‘서울대 학생부 3000만 자 학습한 학생부 전문 AI’ 등을 광고 문구로 내걸고 영업할 정도다. 올해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교사들의 행정 부담이 늘어난 것도 생성형 AI 의존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자립형사립고 교사 A씨는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1년 단위로 학생부 작성을 마감하던 과목도 학기별 마감으로 바뀌면서 학생부 작성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주변 교사들은 팀 단위로, 혹은 개인별로 생성형 AI를 구독해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과제 수행 과정에서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학부모 B씨는 지난 학기 입시설명회에 갔다가 강사로부터 “챗GPT에 과학 도서 제목만 넣으면 실험 설계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해결해준다. 이를 구글 제미나이 등 다른 AI 프로그램으로 교차 검증해 제출하면 된다”는 조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B씨는 “챗GPT가 쓴 실험 보고서와 비교하면 고교생이 쓴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거칠게 느껴지지 않겠느냐”며 “경쟁자들이 이런 식으로 학생부를 준비하는데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걱정”이라고 했다.
성장 잠재력을 갖춘 학생을 공정한 잣대로 선발해야 하는 대학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학생은 학생부의 ‘재료’를, 교사는 학생부 작성 자체를 챗GPT에 맡기는 상황에서 대학이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학생부 작성 과정에서 AI가 전방위로 활용되는 만큼 검증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대학 입장에선 교사들이 작성한 학생부를 믿고 그것을 바탕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만큼 교사들이 신뢰할 만한 자료를 작성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도 공문에서 이 같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가 학생의 실제 수행과는 무관한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은 ‘허위사실 기재’에 해당하며, 이는 ‘학생 성적 관련 비위’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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