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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XBRL 재무데이터 절반 오류…"공시 신뢰도 추락" [XBRL 공시의 민낯①]

입력 2025-08-13 09:50  

이 기사는 08월 13일 09: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장사가 공시한 재무보고서 절반이 국제표준에 맞지 않아 컴퓨터가 해당 데이터를 읽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기반 재무공시 제도가 정작 국제 규격을 충족하지 못한 채 운영된 결과다. 수개월간 기업과 회계 전문가들이 공들여 작성한 공시 보고서 중 절반 이상이 기본 문법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래 XBRL은 공시 정보를 데이터화해 분석 역량만 있다면 투자와 경영 의사결정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기관투자가의 국내 증시 접근성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로 도입됐다. 그러나 국제 규격조차 지키지 못한 채 엉뚱한 문서를 양산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기준 못 맞춘 ‘사투리 데이터’
13일 국제 XBRL 본부(XBRL International)가 인증한 코어(Core) 유효성 검사 도구를 통해 국내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된 XBRL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46.9%에 해당하는 보고서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주석사항을 XBRL로 제출한 보고서 가운데 1681건을 분석한 결과다.

XBRL은 기업의 재무 데이터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구조로 표준화해 데이터의 활용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국제 규격이다. 쉽게 말해 재무제표를 ‘엑셀 파일’처럼 정리해 주는 시스템이다.

국내에선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재무제표 본문뿐 아니라 주석까지 XBRL 형식의 공시가 의무화됐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코어 유효성 검사는 XBRL 문서가 반드시 따라야 할 최소한의 문법과 구조 요건을 검증하는 절차다. XBRL 인터내셔널은 이를 모든 기관이 준수해야 할 핵심 규칙(Core Specification)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별로 분류체계(택사노미)을 추가할 수는 있어도 이 핵심 규칙을 생략하거나 우회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오류가 발생하면 해외 기관 등이 파일을 다운로드해도 정상적으로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 XBRL 시스템 개발자는 “해당 오류는 단순 경고가 아닌 표준 위반으로 간주된다”며 “국가별 예외가 있더라도 공시되는 최종 보고서는 국제 핵심 규칙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업보고서와 XBRL 간 데이터가 불일치하는 사항은 공시된 보고서 곳곳에서 발견된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사업보고서에는 있지만 XBRL에는 없는 항목, 또는 그 반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형자산 구성요소가 XBRL 보고서에는 기재돼 있다. 태영건설의 경우 사업보고서 상의 고객 계약 관련 수익 공시가 XBRL에서 보이지 않거나, 엉뚱한 숫자가 매핑되기도 했다. SK가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상 별도 재무제표 주석은 XBRL 보고서에는 아예 누락됐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XBRL 보고서를 사업보고서와 다시 비교하면서 오류 여부를 확인해야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재무데이터를 활용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공시 담당자의 입력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이 데이터를 제대로 인식하거나 구조화하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기업 공시 담당자는 “수개월 동안 공들여 작성한 보고서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고 심지어 데이터가 누락까지 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오류 투성이’ XBRL 공시, 신뢰 추락
이런 문제는 한국 XBRL 시스템 자체의 설계 오류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XBRL 시스템은 금감원이 자체 개발한 전용 편집기를 통해 작성된다. 기업들은 민간 툴이 아닌 감독기관의 시스템을 통해서만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민간 작성 도구를 활용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가 기업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오류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핵심 규칙에 어긋난 문서를 작성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한 채 제출까지 허용한다는 점이 문제다.

IT 업계 관계자는 “XBRL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데이터 언어인데 한국만의 방식과 오류가 반복되면 결국 ‘데이터 쓰레기’로 전락한다”며 “국제 투자자와 시장에서 활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공시 담당자의 편의를 고려한 설계를 하다보니 일부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공시 작성자가 쉽게 XBRL 값을 넣을 수 있도록 편집기를 개발하다보니 생긴 만큼 실질적인 데이터 사용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자의적인 설계가 국제 핵심 규칙에 위반해 데이터 활용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심각한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숨겨진 데이터는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 더 큰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시스템 업데이트나 재활용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노출될 수도 있다. 실제로 동국제강의 공시에선 사업보고서 연결주석이 삭제된 데이터로 남아있다가, 다음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공시됐다. 없어야 할 정보가 ‘유령 데이터’로 남아있다 튀어나온 것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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