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觀光)은 뭔가를 본다는 뜻이고 영어 사이트시잉(sightseeing) 역시 그런 의미다. 하지만 여행자는 때때로 무엇을 보러만 떠나진 않는다. 꼭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떠났지만, 막상 자연이 받쳐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폭우나 태풍 등에 시야가 막힐 때도 많다.
필자만 해도 근 이십여 년간 매주 여행을 떠났지만, 제대로 된 오메가(Ω) 일출이나, 그림 같은 운해를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럴 때는 미식 관광(gastronomy tourism)이 제일이다. 자연은 가끔 여행자의 욕구를 배신하지만, 맛있는 향토 요리나 지역 맛집, 제철 식자재 등 미식 요소는 그렇지 않다. 사전에 정보 찾기 등 노력만 살짝 기울인다면 미식 관광이라는 특수취향 여행(special interest tour)의 만족도가 거의 보장된다.
맛보러 가는 여행이니 산행도 트레킹도 필요 없다. 혀는 감각을 곧추세우고 배만 비운 채 유유자적 떠나는 가심비 여행이다.
필자만 해도 근 이십여 년간 매주 여행을 떠났지만, 제대로 된 오메가(Ω) 일출이나, 그림 같은 운해를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럴 때는 미식 관광(gastronomy tourism)이 제일이다. 자연은 가끔 여행자의 욕구를 배신하지만, 맛있는 향토 요리나 지역 맛집, 제철 식자재 등 미식 요소는 그렇지 않다. 사전에 정보 찾기 등 노력만 살짝 기울인다면 미식 관광이라는 특수취향 여행(special interest tour)의 만족도가 거의 보장된다.
맛보러 가는 여행이니 산행도 트레킹도 필요 없다. 혀는 감각을 곧추세우고 배만 비운 채 유유자적 떠나는 가심비 여행이다.
첫 여행지로 부산을 골랐다. 마침 여름 피서철인 까닭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이들은 대개 '바다결핍증'에 걸려있다. 물론 원래 있는 병명은 아니다. 그래도 넘실대는 바다만 보면 탄성을 내지른다. 눈부신 수평의 바다는 수직 빌딩 숲에 살다 온 이들에게 해방감을 주고 떠나온 즐거움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그뿐 아니다. 바다는 거대한 목장이다. 알프스 명산들이 눈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맛있는(?) 가축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바다도 풍요로운 해산물의 보고다. 내륙에는 없는 신선한 해산물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먹을 수밖에. 일상 탈출이란 '내가 사는 지역과 다르다'는 매력을 찾아가는 것이니까.
부산도 대한민국의 거대 도시 중 하나지만, 서울과는 많이 다른 부분이 있다. 일단 바다에 면한 항구도시인데다가, 도 도시 간 거리가 가장 먼 편에 속한다. 도착하면 ‘행복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서울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부산 사람들은 매일 해물을 먹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침에 고등어구이를 먹고 점심에 생선찌개, 저녁엔 으레 생선회를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도 생선을 사다가 직접 회를 떠서 먹는 줄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
부산 사람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치게 마련이다. 물론 부산은 남해와 동해를 함께 면하고 커다란 어시장이 있어 생선과 해산물을 접할 기회가 많다. 당연히 요리도 다양하고 솜씨도 발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해만큼이나 해산물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은 아니다. 개중엔 회를 즐기지 않는 이도 있다. 그들은 일갈한다. "우리도 회를 사 먹는다"고.
아직 여름 휴가철이니 일단 부산에서 회를 사 먹자. (부산 사람들처럼.) 여름 관광객이 대거 몰리는 광안리 민락동에는 이른바 '회 타운'들이 있다. '바다 풍경을 즐기면서 회를 먹는' 곳이라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물론 부산 시민들은 바다 풍경을 즐기면서 회를 먹는 일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동네 가까운 곳에서 계절별 제철 회를 즐기는 것이 일상이다. 하지만 여행자의 입장은 좀 다르다. 탁 트인 광안리 바다를 질주하는 보트, 그 위로 우뚝 선 광안대교의 근사한 야경을 바라보며 먹는 회는 내륙 도시의 콘크리트 빌딩 지하 1층 횟집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보통 물차가 드나드는 1층 어시장에서 생선을 고르고 나면 건물 위층 '초장집'에서 상차림비를 내고 먹는 구조다. 요즘은 농어와 쥐치가 좋다.
"5명이 먹을 건데요." 해산물은 민락수변로 강남상회에서 샀다. 주인이 멍게, 해삼 등 해물을 챙겨주면서 "쥐치는 싱싱해야 간을 맛볼 수 있는데 마침 잘 왔다"고 귀띔했다. 5층에선 바다가 훤히 보인다.
사설(?) 불꽃놀이는 옹색하지만, 낭만이 느껴진다. 금세 두툼하게 썬 농어회와 쥐치, 세고시(背越し)가 올랐다. 과연 근사한 맛이다. 쥐치 간이란 것은. 최고급 치즈의 부드러운 느낌에 고소한 버터를 더한 듯하다. 아귀간과도 또 다르다. 회전이 좋아서 그런지 생선들도 활기가 차 있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산 토박이 식으로 회를 맛보고 싶다면 동구 수정동 명성횟집으로 가면 된다. 숙성회를 내는 곳인데 그리 특별한 것 없는, 그냥 동네 횟집처럼 생겼다. 특별한 것은 음식의 맛. 입에 착착 붙는 숙성회 특유의 식감이 정말 좋다.
유명한 것은 오뎅이다. 왠지 부산에서 오뎅을 어묵이라 한통쳐서 부르면 다른 음식처럼 느껴진다. 달랑 어묵만 든 게 아니라 새우 등 해산물과 달걀, 쇠심줄, 양배추, 해조류도 들었다. 시원한 국물에 여러 맛이 조화를 내는 근사한 조합이다. 회와 세트로 주문해도 되고 그냥 오뎅백반, 회백반 등 식사메뉴로 주문해도 좋다.
전술한 대로 부산 시민들은 해산물만 입에 달고 살지 않는다. 고기 문화도 발달했다. 특히나 유명한 양곱창은 물론, 족발과 돼지갈비도 각각 특화 거리가 조성돼 있을 정도로 고기 맛이 좋은 도시다.
부산역 인근 초량에는 돼지갈비 골목이 있고,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 돼지불백(돼지불고기백반) 식당들로 가득한 모퉁이가 나온다. 족발은 부평동 족발골목이 유명한데 부산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냉채족발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양곱창 골목은 여러 곳이 있다. 자갈치 시장(남포동), 문현동, 서면, 부평동 등에서 맛을 보기에 좋다. 디귿(ㄷ) 바 안에서 직접 구워주는 방식은 부산 특유의 양곱창집 문화다. 다만 분위기가 좋다고 들어가서 막 시켜 먹다간 의외로 비싼 가격에 놀랄 수도 있다.
여행와서 술잔 기울이기 좋은 도시니만큼 아침 해장 문화 역시 놀랍도록 발달했다. 당연히 시원한 복국과 대구탕을 빼놓을 수 없고, 보기 드문 재첩국도 딱 제 위치에 있다.

부산 향토요리의 자존심 돼지국밥 역시 해장과 끼니로 딱 좋다. "부산 시민 한명 당 한곳의 단골집이 있다"고 할 만큼 다양한 국밥집이 성행 중이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전통적인 맛집이 있는가 하면 젊은 입맛에 맞춘 세련된 국밥집도 생겨나고 있다. 경성대 근처 형제돼지국밥은 젊은 학생부터 동네 어르신까지 화려한 고객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곳. 70년 3대를 영업해 온 노포지만, 다양한 메뉴를 두루 출시하며 입맛의 계승에 성공한 집이다.
맑은 국밥, 뽀얀 국밥, 불꽃국밥, 마라국밥, 돼지구리(돼지국밥 육수에 끓여낸 너구리), 돼지칼국수에다 갓 지어낸 솥밥까지. 그야말로 돼지국밥 백화점이다. 이젠 곳곳에 분점도 생겨나 여행지 어디서든 찾아가기 좋다.

여기다 여름이니 배가 불러도 시원한 밀면 한 그릇쯤은 들어간다. 어슬렁대다가 출출해지면 국제시장 비빔당면도 있고 매콤한 가래떡 떡볶이와 부산어묵 한 꼬치도 지나치려니 서운한 메뉴다.
부산 휴가 중 너무 뜨거워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거나 비만 줄줄 내렸더라도 돌아오는 길 여행의 포만감을 길이 간직할 만한 정보를 간략히 소개한다.
부산 미식여행 정보
?강남상회 = 생선회.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로 103 1층.
?명성횟집 = 숙성회와 오뎅백반. 부산 동구 고관로 128-1
?1953형제돼지국밥 = 돼지국밥. 부산 남구 용소로13번길 29-1.
?백화양곱창 = 양곱창. 부산 중구 자갈치로23번길 6 1층.
?초량 불백 = 돼지불고기백반. 부산 동구 초량로 36.
?할매재첩국부산본점 = 재첩국. 부산 수영구 광남로120번길 8.
?박옥희 할매집원조복국 = 복국.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2번길 28.
?다리집 = 가래떡 떡볶이. 부산 수영구 남천바다로10번길 70 101호.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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