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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빛낸 18세 '신성' 피아니스트, 스승 앞에서 금의환향

입력 2025-08-11 17:24   수정 2025-08-12 01:08

올해 세계가 새롭게 주목한 한국의 피아니스트가 있다. 지난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등에 오른 18세 피아니스트 김세현이다. 그는 5월 유럽 전승 기념일 80주년 평화음악회에 피아니스트로는 유일하게 초청돼 파리 개선문에서 쇼팽의 곡을 선보였다.

파리를 무대로 삼았던 김세현이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공연의 일환으로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다. 그의 예원학교 재학 당시 스승이던 신수정 피아니스트도 객석에서 제자의 금의환향을 지켜봤다. 김세현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영문학 학사,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석사 과정을 동시에 밟고 있다. 내년 봄 발매를 목표로 세계적 음반사인 워너클래식과 데뷔 음반도 작업하고 있다.

공연 첫 곡은 모차르트 소나타 3번이었다. 검은 복장으로 무대에 오른 김세현은 마른 수건으로 건반을 닦은 뒤 허공을 바라보다 무언가 결심한 듯 연주를 시작했다. 첫 악장인 알레그로(빠르게)에선 모차르트 특유의 경쾌함을 살렸다. 숨을 죽이다가도 갑작스럽게 몸을 튕겨내듯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이 장난기 가득한 검은 고양이가 연주하는 듯했다. 사랑스러운 표현이 중요한 2악장에선 높은음으로 구애를, 낮은음으로 거절과 수락을 표현하려는 것처럼 연인의 알콩달콩함을 그려냈다.

3악장에선 김세현만의 매력이 도드라졌다. 그는 테너처럼 노래하듯 연주했다. 오므려진 입술에선 노랫말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의 시선은 무대 뒤편에 새침데기 소프라노가 서 있는 것 마냥 피아노 너머 허공을 향했다. 김세현은 힘으로 건반을 압도하지 않았다.

포레의 곡 ‘뱃노래’ 1번에선 살짝 끊어치듯 음을 냈다. 찰랑거리는 물결이 단단한 나무로 된 배에 부딪혀 흩어지는 풍경이 그려졌다. 포레의 즉흥곡 2번에선 음량을 다채롭게 조절하는 균형감이 돋보였다. 1부의 마지막은 쇼팽으로 채웠다. 마주르카 4개 곡에선 기쁨과 슬픔을 오가는 폭넓은 감정들을, 스케르초 3번에선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도전적인 해석을 갈구하는 10대 피아니스트만의 풋풋함이 묻어져 나온 연주였다.

공연 2부는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였다. 30분간 쉴 새 없이 건반을 두드려야 하는 난곡이다. 다른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무대에 오른 김세현은 수건으로 건반을 닦고 30여 초간 숨을 골랐다. 이날 그가 건반을 처음 눌렀던 때보다 객석이 고요했다. 연주를 시작하자 김세현은 어깨를 넘실거리며 이내 자신의 세계에 몰입했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 40여 명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김세현은 앙코르로 쇼팽 야상곡 20번, 리스트 ‘사랑의 꿈’ 3번, 알렉시스 바이젠베르크의 ‘4월의 파리에서’를 잇달아 들려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끝모르는 박수갈채를 받은 그가 피아노를 향해 또 다가가자 관객들은 네 번째 앙코르가 시작되는 줄 알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가 피아노 건반 뚜껑을 닫자 이 소리는 아쉬움이 섞인 웃음이 돼 대기로 흩어졌다.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의 마지막처럼 여운이 있었다. 김세현은 루이비통 재단의 초청을 받아 오는 11월 파리에서 또 다른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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