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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에 빠지고, 묵직함에 반한다…에메랄드빛 판타지 '위키드' [리뷰]

입력 2025-08-12 08:00   수정 2025-08-12 19:01




객석에 어둠이 내려앉고 막이 오르면 무대 상단부에서 12.4m 크기의 거대한 타임 드래건이 눈을 치켜뜨고 무시무시한 연기를 뿜어낸다. 이내 몽글몽글 피어오른 비눗방울을 뚫고 버블머신을 탄 사랑스러운 마녀 글린다가 등장한다.

글린다를 둘러싼 오즈 시민들은 한껏 격앙되어 있다. 이들은 "서쪽의 초록 마녀가 죽었다"며 "굿 뉴스"라고 외쳤다. 초록 마녀는 '악(惡)'으로 대변되는 인물이었다. 글린다와 시민들은 "애도 따윈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축포의 콘페티까지 터진다. 대체 얼마나 못 된 마녀이길래, 그녀의 죽음은 모두를 대동단결하게 만든 걸까.

이때 한 아이가 글린다에게 물었다. "서쪽 마녀와 친구였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렇게 절대 악의 존재인 서쪽 마녀와 선(善)을 대표하는 글린다의 관계에 관심이 쏠렸다.

뮤지컬 '위키드'는 시작부터 과감하게 오즈의 풍경을 펼쳐 보이며 관객들을 다른 세상에 데려다 놓는다. 고전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도로시가 떨어지기 전 오즈의 두 마녀인 엘파바와 글린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전 세계 16개국에서 7000만명 이상이 관람하며 매출 60억 달러를 기록한 흥행 뮤지컬답게, 13년 만에 내한한 '위키드'는 매 회차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힘찬 박수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 형식의 영화 '위키드'가 개봉한 영향으로 이번 오리지널 팀 내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상태에서 출발했다.




컴퓨터그래픽(CG), 폭넓은 카메라 활용, 편집 기술 등으로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한 영화에 비해 뮤지컬 무대가 다소 평면적이고 수동적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뮤지컬 '위키드'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건 관객들의 판타지를 차고 넘치게 충족시키는 무대 예술이다. 웅장한 세트가 섬세한 연출 및 정교한 자동 장치들과 맞물려 마치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인 듯 압도적인 흡인력을 만들어낸다.

주황·초록·파랑·분홍 등 무대 깊숙한 곳에 붙는 형형색색의 배경 색은 시간의 흐름, 주인공의 상황에 맞춰 변화하며 오즈의 세계로 더 깊이 빠져들게 하는 정교한 장치다. 쉬즈 대학, 오즈 더스트 볼룸 등 핵심 장소에서는 규모감 있는 세트가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엘파바와 글린다가 에메랄드 시티에 발을 들이는 장면에서는 무대가 좌우로 최대로 확장돼 개방감 있는 상태에서 5000개의 LED 조명이 화려한 빛을 내 감탄을 자아냈다.

영화 '위키드'의 전체 스토리가 1막에 담겨 있다. 영화를 먼저 접한 이들이라면 160분 분량이 90분으로 축약되니 속도가 빠르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극을 팽팽하게 끌고 가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초록색 피부를 한 채로 태어나 온갖 부정적 시선을 받으며 늘 기피의 대상이 됐던 엘파바와 인기에 살고 인기에 죽는 '인싸' 글린다의 좌충우돌 만남부터, 이들이 우정을 쌓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엘파바가 불의에 맞서겠다며 검은색 천을 망토 삼아 둘러매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놓쳐선 안 될 극의 하이라이트다. 작품의 프로덕션 넘버(하이라이트 격의 넘버)인 '디파잉 그래비티(Dyfying Gravity)'를 시원하게 부르며 무대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오르는 엘파바의 모습은 쾌감 그 이상의 감동을 준다. 셰리든 아담스를 대신해 무대에 선 얼터네이트(대체 배우) 조이 코핀저는 단단한 성량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안 좋은 넘버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음악과 앙상블의 훌륭한 호흡도 호평을 얻고 있다. 글린다와 오즈 시민들이 부르는 첫 넘버부터 똘똘 뭉친 목소리들이 전율을 일으킨다. 이후로도 '파퓰러', '더 위저드 앤 아이', '디파잉 그래비티', '포 굿' 등 명곡의 향연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위키드'를 인생작으로 꼽는 데에는 화려함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묵직한 메시지의 힘이 크다. 현실이 아닌 듯한 판타지의 공간에서 지극히 '인간적인'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 이들의 성장을 통해 발견하는 다름에 대한 이해, 선과 악을 분리하고 이를 입맛대로 규정하려는 이기심, 사회적 편견과 부조리, 진정한 나의 삶을 찾는 여정 등이 긴 시간에 걸쳐 스며든다.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떠나는 엘파바, 오즈의 지도자가 되어 정의를 다짐하는 글린다. 달라진 두 사람의 운명과 우선하는 가치는 이 모든 것을 블렌딩한 결말이다.

'위키드'는 오는 10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계속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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