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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은 구조와 발전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성공을 기반으로 수직적 공급망 확장을 이뤄왔다. 원익IPS, 유진테크 등 반도체 장비 기업과 한솔케미칼, 솔브레인 등 소재 기업, ISC, 하나머티리얼즈, 미코 등 부품·공정 서비스 기업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강화하며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이다.반면 대만은 파운드리 사업을 중심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의 강점을 살려 수평적 확장을 추구했다. 미디어텍(메인 프로세서), 리얼텍(이더넷 칩), 노바텍(디스플레이 구동칩), 퍼레이드(시그널 리타이머), 누보톤(MCU 설계), 실리콘 모션(PMIC), 난야(스페셜티 메모리), 에이시피드(BMC) 등 대만 반도체산업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주로 수평적 확장을 통해 성장했다.
2020년 이후 대만 반도체 시장은 큰 변화를 맞았다. 과거 인텔이 반도체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TSMC와 삼성이 이를 뒤따랐다면, 이제는 TSMC가 제조 공정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새로운 공정 개발 과정에서는 지속적이고 빈번한 소규모 변화를 시도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 소부장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대만의 장비 기업 올링과 크로마는 TSMC의 1차 벤더로 납품을 시작했고, 키닉은 TSMC의 특수 수요에 맞춘 CMP 디스크를 개발했다. 젠텍은 이전에 없던 냉각 부품을 공급하며 성장했다. 이들 기업은 대만 반도체 밸류체인의 새로운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만 반도체 밸류체인은 한국과 달리 수평적 확장을 통해 발전해왔으며, TSMC의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현지 소부장 기업들은 TSMC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TSMC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고객으로 확장하는 것이 이들 기업의 장기적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대만 반도체산업의 미래는 기술 혁신과 현지 소부장 기업의 협업에 달려 있다.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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