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간 침체를 겪었던 2차전지 업종 주가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면서 2차전지 업종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한 주(4~8일) 15.66% 급등했다. 지주사 에코프로도 같은 기간 9.01% 올랐다. 에코프로비엠이 시장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회사는 올 2분기 4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증권가 전망치(123억원)의 네 배 규모다.다른 2차전지 기업도 줄줄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I가 14.74% 올랐고, 엘앤에프 또한 13.51% 반등했다. 포스코퓨처엠은 9.7% 오름세를 보였다.
2차전지 테마 상장지수펀드(ETF)도 약진하고 있다.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가 최근 한 달 22.63% 상승했고 ‘BNK 2차전지양극재’는 15.45% 뛰었다. ‘SOL 전고체배터리&실리콘음극재’와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는 각각 15.38%, 13.09% 올랐다.
2차전지 업종 주가가 바닥을 다진 것은 실적 개선 덕분이다. 에코프로비엠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이 증권가 전망치를 뛰어넘는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315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됐던 LG에너지솔루션은 4922억원을 기록했고, 1178억원의 영업적자(하나증권 기준)가 전망됐던 SK온은 664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급격히 확대되는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퇴출되는 셈”이라며 “국내 배터리 기업이 반사적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앞다퉈 ESS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SK온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EV보다 ESS 수요가 늘고 있다”며 “미국 내 다수 잠재 고객사와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어 “LFP(리튬·인산철) ESS 배터리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기존 EV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테슬라로부터 6조원 규모 ESS 배터리 수주를 따낸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는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 배터리 출하를 시작했다. 증권가에선 3분기부터 관련 매출이 본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중국산 ESS에 대한 규제 강화로 국내 배터리셀 업체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삼성증권은 “ESS 시장 확대로 인한 효과보다 미국 EV 보조금 폐지에 따른 수요 위축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며 “글로벌 ESS 시장 성장 폭은 EV 수요 둔화 폭의 일부만 상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금 조달 이슈도 여전하다. 에코프로비엠은 선제적 투자를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을 검토 중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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