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3일 16: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총 운용자산(AUM) 67조원 규모의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경영권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낸다. 대신증권과 한화생명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이날 예비 입찰을 진행했다. 매도인 측은 연말까지 잔금 납입과 지분 양도를 진행해 매각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매도인 측은 이달 초 국내외 주요 금융사와 운용사 등 20여 곳에 티저레터(투자안내서)를 배포했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지분은 창업주 고 김대영 회장의 부인 손화자 씨(12.4%) 지분과 재무적 투자자(FI) 지분 등 약 66%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김 회장이 별세하면서 경영권을 승계한 손 씨는 그동안 직접 경영에 나서지 않고 지분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를 추진해왔다. 여기에 KB증권(4.13%), 우리은행(0.8%) 등 초기 FI의 엑시트 수요가 맞물리면서 경영권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대신증권(9.13%)이 거론된다. 부동산 전문 자회사인 대신F&I(3.26%) 보유 지분을 합하면 대신증권 측 지분은 총 12.39%로 손 씨에 이은 2대 주주가 된다. 다른 주주들과의 네트워크 및 사내 정보력 차원에서 장점을 보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증권은 대신자산운용과 함께 부동산 대체투자 부분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사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한화생명도 또 다른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생명은 일찌감치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자문사로 선임할 정도로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생명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 운용사를 인수해 단숨에 국내외 부동산 시장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사로 도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캐피탈랜드운용, 글로벌 사모펀드 KKR 등 국내외 금융기관과 투자자들도 경영권 인수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의 기업가치를 지분 100% 기준 약 8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분 60%가 매각될 경우 최소 4800억원의 인수 자금이 필요하게 되고, 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 경영권에 대한 프리미엄도 붙어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영업이익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기업 가치가 다소 높게 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는 만큼 막판까지 인수 가격을 두고 매도인과 원매자 사이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을 넘겨받을 만큼 충분한 지분을 모으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매각 측은 태그얼롱 조항을 통해 60% 이상 지분을 묶어 넘길 계획이지만 조갑주 전 이지스자산운용 신사업추진단장(1.99%)과 조 전 단장의 우호 지분인 지에프인베스트먼트(9.90%), 그리고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대신증권 측이 매각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경영권을 확보할 정도로 충분한 지분율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경영권 매각에 따른 핵심 인력 유출 가능성도 인수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권 인수 후 지배주주가 변경될 경우 일부 운용직들이 이직하거나 독립 운용사를 차리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의 핵심 경쟁력은 인력과 트랙레코드에 있는 만큼 안정적인 통합 역량을 갖춘 인수자만이 이지스자산운용의 기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의 성격에 따라 부동산·인프라 투자 확대, 리츠 상장, 공모상품 강화 등 다양한 사업 시나리오가 가능한 만큼 이번 매각 결과는 업계 판도를 바꾸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며 "가격·지분율·안정적 통합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서 거래 당사자들이 어떤 합의점을 찾아갈지 업계 전반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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