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가 공시한 재무보고서 절반이 국제표준에 맞지 않아 컴퓨터가 데이터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기반 재무공시 제도가 정작 국제 규격을 충족하지 못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제XBRL본부가 인증한 코어 유효성 검사 도구를 통해 국내 전자공시시스템에 입력된 XBRL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46.9%에 달하는 보고서에 오류가 있었다.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2025년 1분기까지 주석 사항을 XBRL로 제출한 보고서 가운데 1681건을 분석한 결과다.
XBRL은 기업의 재무 데이터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구조로 표준화한 국제 규격이다. 쉽게 말해 재무제표를 ‘엑셀 파일’처럼 정리해 주는 시스템이다. 공시 정보를 데이터화해 투자와 경영 의사결정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도입됐다. 국내에선 2023년 사업보고서부터 재무제표 본문뿐 아니라 주석까지 XBRL 형식의 공시가 의무화됐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보고서와 XBRL 간 데이터가 불일치하는 사항이 공시된 보고서 곳곳에서 발견됐다. 사업보고서에 있는 항목이 XBRL에는 없거나 그 반대인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형자산 구성 요소가 XBRL 보고서에는 기재됐다. 태영건설의 경우 사업보고서상 고객 계약 관련 수익 공시가 XBRL에서 보이지 않거나 엉뚱한 숫자가 매핑됐다. SK가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상 별도 재무제표 주석은 XBRL 보고서에 아예 누락됐다.
투자자로서는 XBRL 보고서를 사업보고서와 비교하면서 오류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문제는 한국 XBRL 시스템 자체의 설계 오류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XBRL 보고서는 금융감독원이 자체 개발한 전용 편집기를 활용해 작성된다. 데이터 전문기관 관계자는 “오류뿐 아니라 기업마다 계정과목이 다양하고 양식도 제각각이어서 자동 매핑이 안 되는 등 단점이 심각해 실무에서 XBRL 문서를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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