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이익이 나는 구조라면 어느 기업인이 산업안전을 챙기지 않겠습니까.”지난 12일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열린 노동현안 간담회에 중소기업 대표로 참석한 김윤중 서울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이 한 말이다. 김 이사장은 “기업을 키워주는 정책은 보이지 않고, 처벌만 강화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와 노란봉투법 및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주제로 비공개로 열렸다. 그중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는 ‘산업현장 안전’이 최고 화두였다. 노용석 중기부 차관이 비슷한 취지의 당부로 시작하자 참석자들은 모두 “일단 기업이 살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인들은 “공공사업 입찰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최저가 경쟁이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상황에서 안전 투자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이 자국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해 생태계를 강화해가는 경쟁국과 달리 한국은 기업 생태계를 키우려는 정책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장하고 싶어도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성장 병목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만 앞세우면 억울하게 법망에 걸리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고 기업인들은 우려했다.
이런 문제점은 다른 행사에서도 제기돼 왔다. 6일 한성숙 중기부 장관이 주재한 수출 중소기업 간담회가 대표적이다. 당시 기계장비 업체 탑드릴의 김정겸 대표는 “다품종 소량 생산 업체는 스마트 공장을 도입하기 어렵고 납기를 맞추려면 철야 근무가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주 4.5일제로 인한 부담을 털어놨다. 안마의자 제조업체 브람스생활건강의 장채민 대표는 “우리가 해외에 수출하려면 각종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데 중국산 제품이 한국 온라인 시장에 들어올 땐 규제가 너무 느슨하다”고 꼬집었다. “규제를 하려면 먼저 성장해 이익을 낼 수 있는 기반부터 마련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행보는 현장의 이 같은 요구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 중소기업을 향한 정부의 메시지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나 사익편취를 막겠다”는 식의 대기업 책임 전가 정도에 머물러 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내놓은 123개 국정과제에도 ‘중소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 근로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규제의 목적이 다수 근로자의 안전 확보라면 이들이 속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정부는 “못했다고 채찍질하기보단 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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